[문화의 창] ‘외롭지만 불행하진 않아’

입력 2023-11-24 05:00 수정 2023-11-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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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관광이 가능했던 시절, 개성에 가서 세 가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서민아파트의 바깥 창문이 거의 다 깨져 있었다는 것. 유리가 깨져 있으면 겨울에 외풍이 셀 텐데, 아파트 주민들이 돈을 추렴해 유리를 갈아 끼울 돈이 없는 모양이었다. 출근하거나 들일 하러 가는 주민들의 옷 색깔이 다 우중충했고 사람들이 활기가 없어 보였다.

세 번째 놀란 것은 선죽교에 갔을 때였다. 선죽교에 대한 설명이 돌에 새겨져 있는데 정몽주나 이성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와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여러 차례 이곳을 찾으시여 문화유적들에 대한 관리를 잘하여 주변을 근로자들의 문화휴식처로 꾸릴 데 대하여 가르치시였다.’는 말로 시작되고 있었다. 북한이 얼마나 심한 통제사회인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설명문이었다. 그 아래에 ‘선죽교는 고려 초기에 놓은 다리로서 길이 8.5메터, 너비 3.36메터이다.’ 하면서 본격적인 설명이 시작되었다.

북한은 당원과 비당원의 신분차가 너무 심하므로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탈북작가 김정애의 소설을 보면 주인공의 어머니가 가족 중에 월남자가 있다는 이유로 딸의 대학 합격이 취소되는 비보를 접한다. 전쟁 당시 행방불명되었기 때문에 월남자가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소용이 없었다. 전쟁 당시에 살았던 동네 노인 7명의 증언이 있으면 신분 추락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해서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노력해 6명의 증언을 얻어내지만 1명이 월남했을지 모른다고 도장을 안 찍어줘 결국 이혼을 당하고, 주인공은 강제노동소인 ‘돌격대’로 간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11월 4일, 남쪽 문인 4명과 탈북 문인 5명의 만남 자리를 주선하였다. 탈북 문인들이 수기와 소설집, 시집을 내기 시작한 지 20년이 더 되어 150권을 돌파했는데 남쪽 문단이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탈북 문인들도 답답하고 재단에서도 맥이 빠질 것이다. 통일논의나 분단극복, 동질성 회복 등은 헛된 구호가 된 지 오래다. 이산가족의 만남, 개성공단의 재건설, 남북적십자사 회담 재개 등을 위해 노력을 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산가족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006년에 한국에 와서 북한학 박사를 받는 위영금 씨가 시집을 주기에 읽어보았다. 중국과 동남아에는 탈북을 돕는 브로커들이 있는데 “중국→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 또는 몽골/한밤에 이루어진 거래는 때로 배신을 당해/버려지거나 쇠고랑을 찰 때도 있습니다”로 보건대 여정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가족을 두고 왜 북한을 떠났던 것일까? 남쪽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이 그 부분인데 그들은 말한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여고생으로서 가족을 두고 단신 탈출한 여성의 명함에는 자신의 책 제목이 적혀 있었다. ‘외롭지만 불행하진 않아.’

최근에 북한에 인접한 중국 랴오닝성과 지린성에 억류되어 있던 탈북민 600여 명이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었다고 한다. 제자 중에 북한 장교 출신이 있었는데 군 장성이던 부친이 실각하는 바람에 목숨이 위태롭다고 느껴 탈북했다고 한다.

중국 공안에게 잡혀 북한으로 잡혀가던 중 달리던 열차에서 뛰어내려 재탈출, 남쪽에 와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몽골의 사막에 죽은 자식을 묻는 장면도 시를 통해 보았다. 이런 식의 비극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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