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곳곳에 암초

입력 2023-11-02 15:41 수정 2023-11-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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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사업 인수할 국내 항공사 찾기 쉽지 않아
노조 반발도 거셀 듯...EU 최종 승인 여부 주목
미국, 일본 경쟁 당국 승인도 받아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2일 화물사업 매각안에 찬성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유독 독과점 규제가 깐깐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심사 통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에 착수한 이래 기업 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EU와 미국, 일본을 제외한 11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물론 남아 있는 매각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특히 EU 경쟁 당국의 최종 승인을 위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먼저 화물사업부를 살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 화물사업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항공 화물 사업 경기가 좋지 않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이던 2021년 3조 원까지 치솟은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출은 올 상반기 기준 7795억 원까지 떨어졌다. 인수 기업은 1조 원으로 추산되는 화물사업부 부채도 떠안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 후 진행한 예비 입찰에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 4곳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1위 저비용항공사(LCC)로 꼽히는 제주항공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게다가 입찰에 참여한 4개 중 가장 큰 업체인 티웨이항공도 인수 포기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4개 회사 중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 운송량이 아시아나항공과 가장 근접한 회사는 화물 전용 항공사 에어인천이다. 하지만 에어인천을 포함한 LCC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의 체급이 현격히 차이 나는 만큼 현실적으로 인수가 가능하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에 묶인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문 인력 등의 이전 가능성, 구체적인 매각 조건 등도 변수다.

EU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을 따내기 위해 슬롯과 운수권 재분배 카드를 제시했다. 영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런던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LCC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다. 중국에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EU와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을 위해 노선을 추가로 경쟁사에 넘겨야 할 것으로 예상돼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반독점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측의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일반노조)와 다수 조종사노조인 조종사노조(APU), 소수 조종사노조인 열린조종사노조는 모두 화물 사업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매각 방식에 고용 불안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한항공 독점 강화, 아시아나항공 해체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오늘 결정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11대가 사라지고, 유럽 핵심 노선 슬롯이 반납될 것"이라며 "항공산업의 핵심 자산이 내팽개쳐지는데 산업은행은 오히려 합병을 압박하고,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 독점 강화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화물사업 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이 위태로워졌다고도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의식한 듯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관련해 고용승계 및 유지를 조건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산은 측은 "이사회 결정에 따라 EU 경쟁당국에 시정방안을 제출한 이후부터는 양사의 이행 노력이 심사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도 조속한 심사 종결을 위해 양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입장에선 반드시 양사 합병을 성사시켜야 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지원 자금만 3조3000억 원이 넘는다. 자칫 합병이 틀어지면 공적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만큼 혈세 낭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은은 조력자 역할을 착실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 있어서 산은은 협조를 하는 입장에 있는 만큼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 고비를 넘긴 만큼 EU 집행위원회, 미국 법무부(DOJ), 일본 당국의 승인 절차도 원만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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