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 수단으로 변질…죽어서도 불평등한 장례식” [해피엔딩 장례]

입력 2023-09-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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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9-2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⑧-5.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 인터뷰…복지부, 내년부터 사전장례의향서 도입 계획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죽어서도 불평등한 게 우리나라의 장례식이다.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은 1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장례문화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보건복지부가 장례제도 개편을 주도한다면,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장례문화·인식 개선을 주도한다. 특히 ‘죽음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품위 있는 추모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고 원장은 “과거 한국의 장례문화는 공동체문화의 일부였다. 가난한 집도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마을 차원에서 장례를 치러줬다”며 “산업화 과정에서 공동체가 붕괴하면서 장례가 공동체문화에서 분리됐다. 상업성이 짙어지고, 일부에선 과시의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고비용 장례는 유가족과 조문객 모두에게 부담이다. 장례비용은 200만 원대부터 1억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시설·물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조문객이 없거나 적으면 200만 원대 비용도 유가족에게 부담이다. 반면, 수목장을 위한 나무 한 그루가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 장례시장도 호황이다. 상급종합병원 특실 등에서 장례식을 진행하면 총 장례비용은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빈도만 보면 장례식 후 화장·안장까지 800만~1500만 원 구간에서 수요가 많다.

고 원장은 고비용 장례의 원인 중 하나로 ‘죽음의 비주체성’을 꼽았다. 유가족이 장례방식을 정하다 보니 가장 보편화한 방식을 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인을 추도하는 마음보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형식·절차에 더 집착하게 된다. 그는 “일본에는 ‘직장’(直葬)이란 게 있다. 당일 장례를 직장이라고 하는데, 그 비중이 30%를 넘는다”며 “일본도 과거엔 장례에 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문화였는데, 이제는 고인이 생전에 스스로 장례를 준비하는 문화가 정착되다 보니 장례 형식·절차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독일 등 유럽에선 공영 장례가 일반적이다. 상조업체나 장례식장 주도로 이틀간 조문객을 받고 사흘째 발인·화장·안장하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선 공영시설에서 화장·안장이 진행된다. 장례식은 형식 면에서 추도식과 구별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고인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 장례절차의 품위다. 화장시설도 도심에 소재한 경우가 많다. 고 원장은 “우리는 삶과 죽음 사이에 큰 벽을 두르고 있지만, 유럽은 한 공간에서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진흥원은 죽음의 주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사전장례의향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고 원장은 “내가 죽었을 때 화장할지, 매장할지 등 희망하는 장례절차을 전산에 입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웰다잉의 한 수단으로서 생전에 의향서를 기록하면 공공이 인증하고, 사후에 그걸 유가족들이 보고 따를 수 있게끔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속적인 관리·비용이 필요한 납골당 등 오프라인 추모공간을 대신할 수 있는 온라인 추모공간을 활성화한다. 언제든 고인의 생전 영상, 사진을 보고,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가상공간으로 과거 유행했던 미니홈피와 유사한 형태다. 고 원장은 “내가 살아있을 때 내 삶을 기록하고, 그걸 특정한 공간에 남길 수 있다는 건 무엇보다 존엄한 일”이라며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일부 플랫폼은 이미 활성화 단계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복지부와 진흥원은 모든 죽음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의식을 의무화하고, 공영장례인 별빛버스 운영사업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또 혈연 중심 장례문화에서 고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상 장례 주관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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