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등대 120년, 미래로 나아가다 [기고]

입력 2023-06-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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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화제가 된 한 드라마에 등장한 빨간 등대는 흩날리는 눈과 어우러져 마치 주인공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듯한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등대는 이제 연 378만명이 방문하여 풍경과 축제를 즐기는 해양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등대는 해양개척과 문명교류의 상징이자 당대의 건축, 예술, 과학기술이 결합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프레넬이 1822년 발명한 프레넬 렌즈는 등대 빛의 도달거리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등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스웨덴의 발명가 달렌은 등대의 가스불을 자동 조절하는 장치를 발명하여 191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1903년에 불을 밝힌 우리나라 인천 팔미도 등대는 현존하는 최초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또한 1908년 건립되어 현존 벽돌 건축물 중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호미곶 등대는 대한제국의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 근대의 역사를 함께 해온 산증인이다.

등대의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되새기고자 2018년 국제항로표지협회는 7월 1일을 ‘세계항로표지의 날‘로 공식 지정했고, 올해 5회째를 맞는 ’세계항로표지의 날‘을 맞아 해양수산부는 올해의 등대인 거문도 등대가 위치한 전남 여수에서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거문도 등대는 1905년 건립된 남해안 최초의 등대로, 고전적 방식의 렌즈 회전장치와 철제 계단 등이 118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역사적 유산인 항로표지(航路標識)는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게 될까? 해상 교역량 증가, 선박의 대형화·고속화, 자율운항선박 출현 등과 변화는 해양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기술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는 디지털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선박 안전의 필수 요소인 항로표지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양에 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여 2027년부터 해양과학과 재난감시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제 항로표지는 단순히 안전 기능을 넘어 해양의 모든 정보가 모이고 생성되는 해양정보 통합기지로 탈바꿈하게 되며, 도서민과 섬 여행객들은 여객선 항로 주변의 실시간 안개 정보를 안내받아 더욱 편리하게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GPS 위치정보시스템의 오차를 대폭 줄인 고정밀 위치정보서비스를 2025년부터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전역을 대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고정밀 위치정보서비스가 제공되면 자율운항선박 및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교통) 등 해양, 도로, 항공을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최근 브라질에서 개최된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총회에서 이사국 5연속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로써 자율운항선박 도입 등 미래 이슈에 대비한 항로표지 국제표준 제 개정 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나아가, 개도국 항로표지 역량강화 및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항로표지 개발협력사업도 계속 추진할 것이다.

등대는 바다로 내려온 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 밤하늘의 별이 빛을 밝혀 길을 안내해 준 것처럼 근대 이후 탐험가들에게는 등대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반자 역할을 해온 데에서 비롯된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 등대가 불을 밝힌 지 120주년이 되는 올해, 제5회 세계항로표지의 날을 맞아 스마트 항로표지가 각종 정보를 탑재한 해양정보의 구심점이자 디지털 통합기지로 미래의 바다를 별처럼 환히 비추기를 기대해 본다.

해양수산부 장관 조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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