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안 사요, 후쿠시마 괴담

입력 2023-04-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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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정치경제부장

광우뻥 괴담이 한창일 때 “미국산 소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겠다”던 신념에 찬 연예인이 있었다. 그가 선봉에 서자 ‘미친 소는 너나 쳐드세요’, ‘청와대 메뉴는 미국산 쇠고기뼈가 통째로 들어간 갈비탕을 추천한다’는 등 때를 놓칠세라 많은 연예인들이 개념 셀럽 대열에 뛰어들었다.

분별력 있는 어른이야 알아서들 걸러서 들었겠지만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런 말들은 제법 큰 전파력을 가졌었다. 물론 그들도 어른이 된 지금 이 연예인들은 ‘이불킥’ 리스트에 올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산가리를 언급했던 유명인은 몇 년간 TV에서 사라졌다 나타나더니 이 일로 소고기 수입업체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일이 끊기는 등 고통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연예인에겐 간판이나 다름없는 이름까지 바꿔야 했다. 무지에서 비롯된 실언의 대가치고는 가혹했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자신이 했던 말이 틀렸다고 정정하거나 청산가리 흩날리듯 가벼웠던 처신을 돌아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름을 바꾼 이유조차 “어릴 때부터 집에서 부르던 이름이라 바꿨다”고 했다. 중요해서 꺾이지 않는 그의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 멋지다, 연진아!

10년도 넘은 웃픈 일을 지금 되살려보는 이유는 깨어있는 유명인들이 다시 나설 시점이 가까워 온 것 같아서다. 반미와 더불어 한국인들이 환장하는 쌍두마차, 반일의 성수기가 도래할 조짐이다.

후쿠시마 수산물 이야기인데, 일단 하나만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자. 매국노라는 욕은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어도 좋지만,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힌 수산물은 한 젓가락도 입에 넣고 싶지 않다. 이번에야말로 차라리 청산가리를 털어 넣겠다. 후쿠시마 수산물이 안전하다거나, 수입을 찬성한다는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자는 수작이 절대 아니라는 의미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적어도 정상적인 경로로는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 국제소송까지 벌여 제대로 막아뒀다.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철회 소송에서 우리나라의 손을 들어줬다.

고향을 떠나 러시아나 대만 근처에서 놀다 잡힌 후쿠시마 교포 물고기나 원산지를 세탁한 검은머리 외국생선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오리지널 후쿠시마 수산물은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한다.

현 정부 대통령실과 관계부처들 역시 날이면 날마다 “후쿠시마 수산물을 수입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런데도 후쿠시마 수산물을 수입하기로 했다는 출처불명 괴담은 종이에 먹이 스미듯 조금씩 공포심을 늘려가고 있다. 괴담에는 역시 감칠맛을 더해 줄 양념이 빠지면 섭섭하다. 최근 검찰이 이른바 ‘창원간첩단’ 조직원 등을 구속 기소하며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이들에게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괴물고기 출현, 기형아 출생과 같은 괴담을 인터넷에 대량 유포해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불안감을 증폭시켜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분노하라” 속삭이는 전파자들의 대열 어딘가에 더불어민주당이 눈에 띈다.

곧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 이들과 어깨를 걸어야 할 것만 같다. 민중가수는 ‘방사능 멍게’를 노래로 만들어 울부짖고 단상에 오른 유명 연예인이 쏟아내는 과격한 단어들이 카타르시스로 이끌어 줄 듯하다. 머릿속에선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라 두 번 속지 않겠노라 다짐하지만, ‘일본+방사능’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자꾸 마음을 뺏긴다.

방사능 생선 먹고 백혈병이라도 걸릴까 걱정해주는 김정은 동지에게 우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민주당에는 간곡히 하나 부탁드린다. 일본 방사능과 찰떡궁합인 중국산 미세먼지 그만 드시고 국회로 돌아와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완전히 박멸하는 ‘후수완박’ 법안을 발의해 주시길. 이럴 때 쓰라고 쥐어준 169석의 마법봉을 놔두고 왜 길에서 방황하시는지.

아, 그리고 항의방문차 후쿠시마 가신다는 의원님들, 현지에선 호텔 조식이나 식당 밥 말고 꼭 한국에서 싸간 즉석밥에 포장김치 드시길. 듣자 하니 일본은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서 후쿠시마산이라는 표기를 없앴다고 한다. 확인한 적은 없으니 아님 말고. w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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