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혁파’ 호소, 경청이라도 해 보라

입력 2023-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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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이 가장 바라는 규제개혁 정책은 ‘기존 규제의 사후 규제 영향평가제 도입’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제도는 기존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때 주무 부처와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만이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제3자의 분석·검증을 추가해 타당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제도를 뜻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낡은 규제의 틀이 여전히 필요한지, 가급적 객관적으로 따져보기라도 하자는 호소를 하는 것이다. 실로 절박한 호소다. 규제의 늪이 그 얼마나 깊기에 이런 호소가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이 결과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 50인 이상 101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어제 발표한 ‘2023년 기업규제 전망조사’에서 나왔다. 첫손에 꼽힌 ‘영향평가제 도입(35.0%, 복수응답)’에 이어 공무원의 적극행정 강화(23.6%), 의원 입법안 규제일몰제 도입(20.2%), 규제총량 감축제 도입(16.4%), 의원 입법안 규제 영향평가제 의무화(11.2%) 등이 뒤를 이었다. 다 절박한 혁파 과제들이다.

정부 규제는 기존 규제와 매년 신설·강화되는 규제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기존 규제의 재검토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통상 3년마다 검토작업이 이뤄진다. 하지만 관변 중심으로 이뤄지니 신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 수준의 결과가 나오기 일쑤다. 오죽하면 경총 조사에 응한 이들이 입을 모아 제3자가 참여한 재검토를 요구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돌아봐야 한다.

87년 체제 이후 차례로 들어선 단임 정권들은 집권 초기엔 좌우를 떠나 약속이나 한 듯이 규제 혁파를 다짐했다. 하지만 국민과 시장이 체감할 만한 개혁 성과는 많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 경쟁국은 3년, 우리는 8년이 걸린다”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과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깨야 한다”고도 했다. 백번 타당한 인식과 지적이다. 그러나 전임 정부도 같은 인식과 지적을 했고 그 전임, 또 그 전임도 마찬가지였다. 규제 개혁은 말잔치의 재료에 그친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현 정부도 자신할 계제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대오각성해야 한다. 국무조정실은 이미 사후 규제 영향평가제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국회에도 다양한 규제 혁파 입법안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중구난방 형국이 이어지면 역대 정부의 실책만 반복하게 될 뿐이다. 시장의 ‘규제 혁파’ 호소를 귀담아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입법권을 가진 여야는 경총이 어제 내놓은 자료를 잘 들여다보면서 길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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