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생소한 ‘한랭응집소병’…질병코드도 없어 치료 사각지대

입력 2023-03-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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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후 5년 간 사망률 40%에 달해… 극심한 피로·빈혈 시달려

# 60대 여성 A 씨는 몇 년 전부터 항상 몸이 춥고 극심한 피로를 느끼게 됐다. 병원을 찾았으나 ‘원인 미상의 빈혈’이라고 진단받았고, 별다른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증상이 악화됐다. 증상 완화를 위해 신경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통증의학과 등을 찾았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추위를 견디고자 사계절 내내 두꺼운 양말과 덧신을 신기 위해 큰 신발을 신을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대학병원을 찾고서야 ‘한랭응집소병’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서울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열린 ‘한랭응집소병 질환 미디어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서울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열린 ‘한랭응집소병 질환 미디어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치명적인 합병증 발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한랭응집소병’은 국내에서 환자 수조차 집계되지 않는 이름조차 생소한 질환이다. A 씨처럼 원인 미상이라는 진단이 대부분이고, 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생소한 ‘한랭응집소병’에 대한 질환 인식 개선과 환자들의 치료기회 확대를 모색하는 ‘한랭응집소병 질환 미디어 세미나’가 8일 열렸다. 이날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한랭응집소병에 대한 질병 코드가 없어 환자 수 집계조차 불가하다. 또한 적은 환자 수만큼 잘 알려지지 않아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한랭응집소병(Cold agglutinin disease, CAD)은 적혈구 파괴가 지속·반복되는 극희귀 자가면역 핼역질환이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빈혈 및 혈전성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랭응집소병 진단 후 5년 간 사망률은 40%에 달하며, 진단 후 생존여명은 8.5년에 그친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국내에 100명 언저리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추위에 노출되면 빈혈, 극심한 피로, 호흡곤란, 체중감소, 말단청색증, 레이노현상, 망상피반 등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된다. 환자의 64%가 중등도 이상의 빈혈에 시달리고 환자 100%가 극심한 피로에 시달려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5년 내 사망률이 40%에 달하는 이유의 대다수는 혈전색전증 때문이다. 중요한 혈관이 막히거나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대증적 치료로 추위 피하기, 엽산 복용, 반복적인 수혈 등을 하고 있지만, 치료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진단이 어렵지는 않지만, 의료진들도 잘 모를 정도로 질환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여러 병원을 돌다보니 증상이 악화된 이후에 치료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는 치료제가 개발돼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랭응집소병의 질병코드 자체가 없고, 병에 대한 홍보도 잘 되지 않아 치료제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장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희귀질환의 경우 치료제가 패스트트랙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한랭응집소병은 어렵다. 환자 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장 교수는 희귀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2012년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라리스’가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며 5년 내 생존율이 일반 인구군과 유사하게 됐다”며 “치료제를 접하게 되면 일반인과 다른 바 없게 된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속하기 때문에 희귀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위해선 교육과 홍보가 절실하다.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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