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민간 기업인데 "성과급 과도하다" 지적하는 이유는

입력 2023-0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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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은행의 공공성 확대를 요구하는 정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성 확보를 위한 타당한 개입'과 '관치금융' 사이 외줄 타기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은행들이 수신금리 경쟁에 나서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자제 권고에 이어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5대 금융지주에 요청한 95조 원 규모 유동성 공급은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한 타당한 요구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하까지 요구하는 건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정부 압박 수위가 높아진 건 은행들의 성과급 규모가 '과도하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누린 시중은행의 임직원 성과급 지급액이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 인상과 가계부채로 신음하는 취약차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은행권 성과급은 지난해보다 확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은 은행권을 향한 정부 압박의 방아쇠를 당겼다. 윤 대통령은 '돈 잔치'로 국민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달 22일 금융위는 은행권 경영ㆍ영업 관행ㆍ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성과보수 체계 개편과 과점 체제 완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왜 정부는 민간기업인 은행의 성과급을 두고 '돈 잔치'라고 비판하고 경영 제도 전면 개선을 요구하는 등 연일 수위 높은 압박을 이어가고 있을까. 이는 '은행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피면 알 수 있다.

◇ 상업성ㆍ공공성 모두 가진 은행

은행은 증시에 상장돼 민간 주주들이 지분을 보유한 민간 기업이다. 일반 기업처럼 영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얻고 이를 주주에게 다시 배당하는 구조를 갖춘 만큼 은행 역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은행은 일반 기업과 달리 공공성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은행법 제1조에는 '자금중개기능의 효율성을 높이며 예금자를 보호하고 신용질서를 유지해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무나 은행업에 뛰어들지 못한다는 점도 은행의 '공공성'을 보여준다. 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인가 즉, 공식적인 절차에 의한 영업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본금은 100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단 지방은행의 자본금은 250억 원 이상이면 된다.

또한, 은행업 경영에 드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자금조달 방안이 적정해야 하고 은행업을 경영하기에 충분한 인력, 영업시설, 전산체계, 물적 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

은행은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은행이 무너지면 돈을 맡기고 거래한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금융권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해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았다. 앞으로도 금융 시스템에 위기가 오면 국민 세금을 금융권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은행에 대한 당국의 규제는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 전문가 "대통령ㆍ금감원장 말 한마디에 부랴부랴 내놓는 대책으로는 불충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은행권 개입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과점체제에 관한 정부 지적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로 은행 대형화가 시작돼 지금의 과점체제가 만들어진 것인데, 그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왜 은행에 떠넘기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기관은 대중으로부터 예금을 수취하는 기능이 있어 정부가 충분히 개입할 만하다"며 "경영진 성과보수 체계를 점검하는 것은 관치가 아닌 감독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은행은 지급결제시스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일반 기업과 달리 상업성과 공공성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며 "특히 금리가 갑자기 오르는 경우 은행은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대출금리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생기기 때문에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더 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은행권 성과급 체계 개편에 대해 "성과급은 노사 협약 대상"이라며 "성과급을 두고 정부가 개입하려면 성과급 규모가 은행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 이후 은행권이 '3년간 사회공헌자금 10조 원 지원안'을 발표하고,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송아지보다 당장 물 한 모금'이 필요하다 하니까 바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나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마디에 부랴부랴 사회공헌기금 등 대책을 내놓는 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컨대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살펴 예대마진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등 분명한 제도 구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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