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은 하나를 잃었지만 신흥국은 더 많은 걸 잃었다

입력 2023-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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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국제경제부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가 6개월째 둔화하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뉴욕증시는 지난주 상승 마감했고 기술주가 몰려있는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5거래일 동안 4.82%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의 주간을 기록했다.

뉴욕증시 반등에 조심스레 기대하는 시장이 또 있으니 신흥국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하면 이곳에도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심리가 개선돼 집 나간 투자자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경제위기를 겪는 동안 신흥국은 그것만 겪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쿠데타가 벌어지고 정권이 교체되는 정세 불안이 이들과 함께했다. 일례로 2021년 말리와 기니, 수단 등 아프리카에선 군사 쿠데타가 벌어졌다. 지난해엔 스리랑카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퇴진했고, 페루 대통령은 탄핵과 구금을 거쳐 새해 멕시코로 망명했다. 원인은 다 다르지만, 결국 경제였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개별국가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가 지정학적 불안으로 번진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했던 미국은 또 다른 비용 청구서를 받아든 거나 다름없다. 당장 아프리카가 환란 속에 중국과 손잡자 미국은 급히 지갑을 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백악관에 불러모아 3년간 550억 달러(약 68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남미는 어떤가. 경제위기를 발판삼아 ‘핑크타이드(좌파 물결)’가 부활하자 미국은 이념적 동질성을 내세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가상자산에 손대는 국가가 늘어 골치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미 의회가 자국 경제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엘살바도르에 경고했지만, 묵살됐다. 나이지리아와 바하마는 그보다 안전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했지만, 정작 관련 인프라 투자는 턱없이 부족해 기존 금융시스템마저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미국은 경제 회복에 성공하더라도 수많은 변수를 상대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회복 역시 더딜 수 있다. 더딘 회복은 다시 신흥국 시장에 타격을 줘 악순환된다. 이 사달이 나기 전부터 세계은행 등은 미국과 주요국에 부채탕감 등 지원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경제 회복에 집중했고 돌아온 건 지정학적 불안과 새로운 비용 부담이다. 미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흥국을 지원하고 추가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구멍 난 독이 밑 빠진 독 되는 건 시간문제다. koda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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