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초'를 위한 노력…현대차그룹 충돌 테스트 현장을 가다

입력 2023-01-15 09:00 수정 2023-01-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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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충돌 시험 전. 5, 4, 3, 2, 1, 제로……쾅!

눈앞에서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벽에 부딪힌다. 100톤에 달하는 구조물에 충돌한 차는 달려오던 기세를 모두 잃어버리고 힘없이 밀려난다. 충돌로 인한 파편이 차량 주변 이곳저곳으로 튀고, 곧이어 전면부에서 하얀 연기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퍼진다. 충돌 전 안내부터 충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0여 초. 충돌 상황 자체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차가 완전히 멈춰 서자 연구원들이 차량으로 향해 걸어간다. 충돌 이후 문은 잘 열리는지, 에어백은 정상적으로 전개됐는지 확인한다. 또 차량에 부착돼있던 계측기로 얻은 각종 데이터를 확보하고, 착석해있던 더미(인체 모형)의 상태도 살펴본다. 충돌 상황 그 자체보다 중요한 과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차량 안전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충돌 테스트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시험은 시속 64km 40% 옵셋 충돌로, 충돌 속도 시속 64km로 차량 전면의 40%를 변형벽에 충돌시켜 승객의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까다로운 충돌 평가로 유명한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에서 뒷좌석에 여성 승객 모형을 추가해 평가를 진행할 예정인 만큼 이날 시험에서도 이를 대비해 뒷좌석에 여성 승객 모형을 앉혔다.

▲충돌 시험 이후 차량의 상태를 관람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충돌 시험 이후 차량의 상태를 관람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충돌 상황이 정리되고 가까운 곳에서 직접 차량과 더미의 상태를 관람했다. 충돌 당시 충격으로 차량 전면부의 절반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전기차 특성상 전면에 부품이 적어 더 쉽게 찌그러진 듯했다.

그러나 승객이 탑승하는 내부공간(캐빈)에는 전혀 변형이 없다. 일부 부품이 충격으로 이탈했으나 1열과 2열 모두 차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더미 역시 정상적으로 전개된 에어백에 몸을 파묻고 있다. 더미가 부딪히는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더미에 칠해놓은 페인트가 에어백에도 고스란히 묻어있다. 충돌 시험에 쓰이는 더미는 인체 골격 그대로 만들어져 실제 인체에 가해질 충격을 예측할 수 있게 제작됐다. 한 세트당 가격만 15억 원에 달한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는 “글로벌 판매 차량은 차종당 충돌 평가만 약 100회를 진행한다”며 “개발 단계별로 여러 시험을 거치는데, 충돌 시험 전에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버추얼 충돌 테스트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충돌 시험 전 진행되는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은 차종당 평균 3000회에 육박한다. 버추얼 테스트는 슈퍼컴퓨터로 충돌 상황을 구현해 안전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시뮬레이션 한 번의 결과가 나오는 데 15시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차종 당 시뮬레이션에만 4만5000시간이 소요된다. 현대차그룹은 매일 100회 이상, 연간 3만 회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량 안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버추얼 테스트와 실제 충돌 시험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날 시험인 전면 충돌 외에도 측면, 후면 등 다양한 상황의 충돌 상황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충돌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도 많다. 전체 충돌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차량당 100억여 원의 개발 비용이 투입된다.

전기차 특성상 배터리로 인한 위험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안전 기술도 지속 개발 중이다. 궁극적으로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화재 위험 등을 줄여야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서정훈 현대차 배터리설계2팀 팀장은 “배터리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차체 안전뿐만 아니라 차체와 배터리 연계 구조,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통한 안정성 확보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 팀장은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기술들을 단계적으로 개발 중이다. 화재 전 화재 가능성을 진단해 방지할 수 있는 기술, 열폭주 방지 기술, 충돌 상황 화재 방지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꼼꼼한 테스트를 거쳐 안전 평가를 진행하지만 한계도 있다.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충돌 상황을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창인 상무는 “현대차그룹이 실시 중인 시험이 필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99% 이상을 방지한다”면서도 “시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어느 수준 이상의 속도에서 충돌은 시험으로 확인하기 한계가 있다.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주요한 사고는 품질 부문에서 직접 대응해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연구소도 투입되며 이 과정에서 확인된 부족한 부분은 추후 시험 개발에 반영한다. A/S 망이나 품질 부문의 고객 컴플레인도 반영된다.

▲충돌 안전 평가 현장 공개 행사에서 현대차그룹 관계자가 미디어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현대자동차 안전성능해석팀 임진학 팀장, 배터리설계2팀 서정훈 팀장,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김범중 팀장, 통합안전개발실장 백창인 상무, 안전시스템제어설계팀 최세경 팀장, 차체설계2팀 이영호 팀장, 바디인테그레이션팀 엄수홍 파트장, 클로저메커니즘설계팀 정진상 팀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충돌 안전 평가 현장 공개 행사에서 현대차그룹 관계자가 미디어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현대자동차 안전성능해석팀 임진학 팀장, 배터리설계2팀 서정훈 팀장,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김범중 팀장, 통합안전개발실장 백창인 상무, 안전시스템제어설계팀 최세경 팀장, 차체설계2팀 이영호 팀장, 바디인테그레이션팀 엄수홍 파트장, 클로저메커니즘설계팀 정진상 팀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수·수출 차량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일각에서 나오는 수출 차량의 차체 강성이 더 단단하게 제작되는 등 내수와 수출 차량의 안전도가 다르다는 주장에 대한 해명이다.

이형호 현대차 차체설계2팀 팀장은 “2010년 이후 모든 차종의 차체 기본 골격 구조는 동일하게 적용했다”며 “생산 대수도 많고 차종도 다양해 한 차종의 사양을 구분해서 관리하는 게 오히려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수한 안전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IIHS에서 최우수 등급인 TSP+와 우수 등급인 TSP를 총 26개 차량에서 획득했다. 글로벌 브랜드 중 2위 기록이며 현대차그룹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평가 결과다.

공개된 시험에서도 우수한 안정성을 입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시험 결과 차체변형량, 전·후석 더미 상해 수준 등 전 영역에서 ‘굿(GOOD)’ 등급을 달성해 최우수 등급인 ‘굿’ 등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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