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까지 뚫은 소금빵, 어디서 왔을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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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이 판매 중인 소금빵(출처=‘성심당’ 인스타그램)
▲‘성심당’이 판매 중인 소금빵(출처=‘성심당’ 인스타그램)

버터의 고소한 풍미에 소금의 짭짤함이 더해진 소금빵.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소금빵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최근 코스트코에서도 소금빵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트렌드 맛집’이라 불리는 코스트코에 소금빵이 입성했다는 건 소금빵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는 걸 확인시켜주는데요. 유명 빵집에서는 일찌감치 소금빵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동네 빵집부터 인스타 맛집, 유명 제과명장 빵집에서도 소금빵을 대표작으로 내세우고 있죠. 한때 유행했던 ‘앙버터’에 이어 새로운 ‘빵 트렌드’로 등장한 소금빵의 인기 요인은 뭘까요?

▲개당 77엔(약 747원)에 판매 중인 ‘빵 메종’의 소금빵. 하루 최고 6000개가 팔려나갔다.(출처=‘빵 메종’ 인스타그램)
▲개당 77엔(약 747원)에 판매 중인 ‘빵 메종’의 소금빵. 하루 최고 6000개가 팔려나갔다.(출처=‘빵 메종’ 인스타그램)

어(漁)시장 여름나기 빵으로 시작한 소금빵

소금빵의 원조는 일본입니다. 일본에서는 ‘시오팡’이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서 ‘시오’는 소금을 뜻합니다. ‘팡(パン)’은 포르투갈에서 빵을 일컫는 ‘팡(pao)’에서 유래했죠. 우리나라에는 ‘시오팡’이 직역돼 들어온 셈입니다.

처음 소금빵을 개발한 곳은 일본 에히메현 야와타하마시(市)에 있는 ‘빵 메종(パン·メゾン)’입니다. ‘빵 메종’의 사장 히라타 사토시는 여름만 되면 매출이 떨어지자 ‘무더위를 이기기 위한 빵’으로 소금빵을 개발했습니다. 남부지방에 있는 에히메현은 일본에서 가장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야와타하마시는 어업이 발달했는데, 바다와 산에 둘러싸여 여름에는 습한 무더위를 견뎌내야 합니다. 이곳에서 소금빵은 ‘커피나 주스가 필요 없는 빵’으로 어시장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육체 노동량이 많은 어시장에서 염분 보급에 유용했기 때문입니다.

소금빵 개발에는 히라타 씨 아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히라타 씨가 신메뉴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들이 “프랑스 빵에 소금을 뿌린 빵이 잘 팔린다”고 아이디어를 줬던 거죠. 히라타 씨는 이 말에서 힌트를 얻어 딱딱한 프랑스 빵이 아닌 남녀노소 먹기 좋은 부드러운 식감의 빵에 소금을 뿌렸습니다.

일본 제과·제빵 사이트 ‘쟈팡(じゃぱん)’은 히라타 씨가 영감을 얻은 빵이 오스트리아의 ‘잘츠슈탕어(Salzstange)’라고 설명합니다. 프레첼 스틱의 일종인 ‘잘츠슈탕어’는 소금이라는 뜻의 ‘잘츠(salz)’와 막대기라는 뜻의 ‘슈탕어(stange)’를 합친 말로, 길고 얇은 바게트에 소금을 뿌린 빵입니다.

소금빵은 처음에는 버터롤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판매량이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학생들의 입소문을 시작으로 점차 유명해져 약 4년 후에는 일본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지금은 하루 최대 6000개씩 팔려나가는 ‘빵 메종’ 대표 상품이 됐습니다. 일본에서는 하루 한 품목의 빵이 100개가 팔리면 히트 상품으로 분류됩니다.

▲이성당과 김영모과자점에서 홍보 중인 소금빵. 두 기업 모두 지난해 여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출처= 이성당, 김영모과자점 인스타그램)
▲이성당과 김영모과자점에서 홍보 중인 소금빵. 두 기업 모두 지난해 여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출처= 이성당, 김영모과자점 인스타그램)

‘겉바속촉’에 짭조름함이 더해져…핵심은 ‘버터홀’

소금빵의 핵심은 버터와 소금의 절묘한 조화에 있습니다. 소금빵은 고소한 버터 맛을 자랑하는 버터롤 위에 소금을 뿌려 만드는데요. 일반 버터롤에 비해 버터를 2배 정도 더 많이 사용해 버터 감칠맛이 강합니다.

소금빵은 겉보기에는 크루아상과 비슷해 보입니다. 다만 버터와 반죽을 켜켜이 쌓아 층을 만드는 크루아상과 달리, 길게 편 반죽 끝에 버터 조각을 두고 돌돌 말아 만드는 게 소금빵의 특징입니다. 소금빵을 오븐에서 굽기 전에는 반죽 위에 소금을 뿌립니다. 이때 어떤 소금을 사용하는지가 빵의 맛을 좌우하는데요. 반죽 위에 토핑돼 혀에 직접 닿는 만큼, 빵집들은 고급 소금 공수에 힘쓰기도 합니다. 좋은 소금은 지나치게 짜지 않고 빵과 조화를 이루죠.

소금빵의 원조인 일본에서는 주로 암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암염은 해수염에 비해 짠맛이 덜하고, 수분에 강해 구운 후에도 녹아내리지 않고 빵 위에 결정 형태로 잘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프레첼 데코에 사용하는 펄 솔트를 사용합니다.

오븐에서 굽고 난 소금빵은 버터가 녹아내려 가운데가 뻥 뚫려있습니다. 버터를 적당히 사용했다면 ‘버터홀(butter hole)’이라고 부르는 이 구멍이 충분히 커야 합니다. 맛있는 소금빵은 버터를 적당히 사용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버터가 녹아내려 촉촉함을 유지합니다.

잘 만들어진 소금빵은 겉면이 구워져 바삭합니다. 특히 바닥 면은 버터에 튀겨지듯 구워져 한층 파삭해야 하죠. 전체적인 반죽은 쫀득하고 촉촉하면서도 버터의 풍미가 소금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룹니다.

아는 만큼 보이듯, 아는 만큼 맛있습니다. 근처 빵집에서 소금빵을 발견한다면, 빵에 얹어진 소금의 짭짤함부터 바닥의 버터 풍미까지 찬찬히 음미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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