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100년간 땅 공짜”…‘호갱’인줄 알면서도 레고랜드 모신 강원도, 왜?

입력 2022-10-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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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연합뉴스)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연합뉴스)
국내 채권시장을 ‘레고랜드 사태’의 강원도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연간 200만 명이 찾아 5900억 원을 벌어들일 거란 장밋빛 경제 효과를 기대하며 무리하게 혜택을 제공한 것이 단초가 됐다는 지적에서다. 레고랜드 사태는 최근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 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혔다가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되는 등 금융 시장에 불안이 번진 것을 말한다.

강원도, 레고랜드 유치에 파격 조건 제시

레고랜드 사업은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이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양측이 본 협약(UA)을 맺으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당시 협약은 강원도와 멀린 등이 출자한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2300억 원을 투자해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내용으로 체결됐다.

그런데 2018년 총괄개발협약(MDA)을 통해 멀린이 1800억 원을, GJC가 8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GJC는 토지 등 자산 매각을 통해 800억 원을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유치를 위해 내건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특히 레고랜드 용지를 100년 무상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파크 일부 시설 운영에 대한 강원도 수익률은 3%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레고랜드 주차장은 물론 진입 교량 등 기반시설 건설 비용도 지자체가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와 영국 멀린사가 맺은 계약에는 레고랜드 근처에 또 다른 어린이 대상 관광지 개발을 제한하는 조항도 담겼다고 한다.

개장 당시 서울과 춘천을 잇는 도시간특급열차(ITX)에 레고랜드 홍보했는데, 1억 원이 넘는 광고비마저 지자체 예산으로 집행했다.

(사진제공=강원도청)
(사진제공=강원도청)

‘돈맥경화’ 확산에도 정치권은 책임 공방만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에 거센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강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한껏 위축됐고, 기업들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돈맥경화’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는 사태 수습을 뒤로하고 책임 공방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경제 아마추어리즘으로 무장한 문재인 정권의 ‘퍼주기식 포퓰리즘 리스크’가 채권 시장에 폭탄을 던졌다”며 “그 시발점은 8년 전 최문순 강원도정이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도 없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레고랜드 채무 떠안기’”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최문순 도정은 도의회 승인을 생략하고 레고랜드의 2050억 원 채무에 빚보증을 섰다. 이 빚은 고스란히 강원도민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며 “문재인 정권은 중앙, 지방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한 채권 발행, 채무 보증 등을 남발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쇼에 나라의 미래를 팔아넘겼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민생경제위기 대책위원회는 긴급 성명서를 통해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사업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가 다시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번복한 것을 두고 “경제에 무지한 단체장이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전임자 흠집내기에 나섰다가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하고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만 입혔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대책위는 “김 지사의 경거망동은 가뜩이나 위축된 자금조달 시장에 불신의 망령을 들게 했고, 투자 위축과 유동성 경색이라는 위험천만한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며 “김진태 지사의 2000억 원 채무 불이행이 2000조 원 가계부채를 흔드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레고랜드 개장 기념 행사(뉴시스)
▲레고랜드 개장 기념 행사(뉴시스)

레고랜드 경쟁력은 있나

춘천의 새로운 명물이 될 것으로 기대되던 레고랜드의 경제효과는 △고용 8900여 명 △생산 유발효과 연간 5900억 원 △지방세수 연간 44억 원 등으로 강원도와 춘천시는 레고랜드 개장으로 연간 약 200만 명이 찾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우여곡절 끝에 11년 만에 개장했지만, 막대한 경제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시설과 콘텐츠에 비해 요금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비판과 불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레고랜드 1일 이용권은 5만4000원(금요일 성인 기준)으로 3만 원대인 에버랜드 자유 이용권보다 훨씬 비싸다. 테마파크 내 식당 상당수가 영업조차 하지 않고, 운영 중인 식당 메뉴도 패스트푸드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차요금이 비싸다는 불만은 고질화됐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 등 편의시설 수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7월엔 타워전망대가 갑자기 운행을 멈춰 19명의 탑승객이 긴급 구조되는 사고로 안전 문제까지 제기됐다.

업계에 추정치에 따르면 5월 13만 명이던 레고랜드 방문객 수는 6월 10만 명, 7월 7만 명 등으로 감소 추세로 알려졌다. 연간 기대 방문객 수 200만 명을 위해선 월평균 16만 명은 와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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