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순방길 따라 조용히 실속 챙긴 재계

입력 2022-09-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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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조문취소ㆍ비속어 등 순방 논란
삼성 이재용, 英서 ARM 인수합병 구상
SK 최태원, UN총회 맞춰 美서 존재감↑
LG엔솔, 캐나다서 코발트ㆍ리튬 등 확보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서거에 맞춰 현지행에 나선 이 부회장은 세계 최대 팹리스 기업 ARM 인수를 둘러싼 경영구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서거에 맞춰 현지행에 나선 이 부회장은 세계 최대 팹리스 기업 ARM 인수를 둘러싼 경영구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취소, 비속어 논란 등 ‘순방외교’ 후폭풍을 겪은 반면 재계 주요 기업은 대통령 순방 루트를 따라 조용히 실익을 챙겼다. 재계는 주요 기업들이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기업의 중장기 전략을 강화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실리 경영에 고삐를 당겼다고 분석한다.

26일 재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과 미국·캐나다 순방길을 따라 조용히 실익을 챙겼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와 미국서 열린 UN 총회, 한-캐나다 정상회담 등에 맞춰 총수들이 직접 현지행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21일 영국을 끝으로 보름간의 해외 출장을 마쳤다.

이 부회장은 먼저 멕시코와 파나마를 방문, 현지 정치권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호소하는 한편, 삼성전자와 삼성엔지니어링 현지 사업장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소통했다.

뒤이어 영국으로 날아간 이 부회장은 세계 최대규모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 구상에 나섰다. 앞서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와의 면담을 이어가는 등 민간 외교를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로 면담 일정에 변동이 있었다.

다만 이번 영국 방문을 통해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대형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 구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ARM의 인수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ㆍ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의 핵심 기술들을 보유했다.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준 세계 1위 기업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ARM은 글로벌 M&A 시장의 ‘대어’로 손꼽힌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UN 총회를 전후해 현지에서 광물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대한상의회장으로서 적극적인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나섰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UN 총회를 전후해 현지에서 광물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대한상의회장으로서 적극적인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나섰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77차 UN 총회가 열린 미국에서도 우리 기업은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최태원 SK 회장은 UN 총회 기간 현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성과도 챙겼다. 지난 20일 UN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찾은 ‘하카인데 히칠레마(Hakainde Hichilema)’ 잠비아 대통령과 만나 배터리 분야 핵심 원재료 확보를 위한 민관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잠비아의 구리 광산은 SK에게는 흥미로운 기회”라며 “제조업 강국 한국은 잠비아의 제조 역량을 향상을 위한 좋은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BㆍBㆍC(배터리ㆍ바이오ㆍ반도체)로 불리는 원재료 공급망 확대에 나선 것.

이에 히칠레마 대통령은 “최태원 회장의 제안에 동의한다”면서 “SK와 잠비아의 사업 협력을 위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면담으로 인해 SK그룹과 잠비아 간 협력이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불확실성이 커진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윤 대통령의 캐나다 국빈 방문에 맞춰 광물업체 3곳과 코발트·리튬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윤 대통령의 캐나다 국빈 방문에 맞춰 광물업체 3곳과 코발트·리튬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윤 대통령의 마지막 순방국이었던 캐나다에서도 우리 기업은 구체적 성과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윤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에 맞춰 캐나다 광물업체 3곳과 코발트와 리튬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Electra) △아발론(Avalon) △스노우레이크(Snowlake) 등과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황산코발트ㆍ수산화 리튬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일렉트라와 2023년부터 3년간 황산코발트 7000톤을 공급받는다. 일렉트라는 북미 지역에서 황산코발트를 정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 업체다.

또 2025년부터 5년간 아발론이 생산하는 수산화 리튬 5만5000톤을, 10년간 스노우레이크가 생산하는 수산화 리튬 20만 톤을 공급받는다. 수산화 리튬은 고성능ㆍ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이들 기업과 핵심 원재료 공급에 관한 세부 내용을 협의한 뒤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본격화에 앞선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되면서 북미 지역 내에서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채굴 및 가공하는 업체들과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전략적 동반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IRA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 현대차그룹은 가시적 행보 대신 물밑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껏 미국에서 발생하는 주요 현안에 대해 현지 법인에 책임경영을 맡겨왔으나 이번 IRA는 본사 차원에서도 적극 대응 중이다.

그러나 IRA 시행에 따른 직접적인 당사자인 만큼,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가 '자국산업 보호주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업이 이 시점에서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때"라며 "가능한 한 정치적 이슈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중장기 사업전략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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