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인은 ‘노쇠’?...일본선 사망 원인 3위

입력 2022-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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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특정 질환 알려진 바 없고 사망 전 활동적
일본 의학계 “노쇠로 인한 쇠약으로 자연사했을 것”
일본선 이미 흔해...고령화 더 진행되면 사인 1위될 수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했을 당시 영국 왕실은 여왕의 정확한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그저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만 발표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사인은 ‘노쇠’다.

여왕이 생전 특정 질환을 앓고 있었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사람들은 여왕의 나이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인 일본의 분석에 주목했다.

일본 의학계는 여왕의 사인이 노쇠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노쇠사란 특별한 사망 원인이 없는 고령에 의한 자연사를 말한다. 90세 이상의 초고령자는 폐렴 같은 질병이 있어도 이를 노쇠 과정으로 보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의 사망 원인도 일본에선 노쇠로 분류한다.

일본 의학 전문가들은 여왕이 서거 전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를 만나는 등 활동적이었다는 점과 왕실에 따르면 여왕이 먼저 편안히 잠에 든 뒤 조용히 숨을 거둔 점 등을 이유로 노쇠사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에선 노쇠사가 익숙한 개념이다. 일본에서도 과거엔 고령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사망했을 경우 어떻게든 사인을 특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지만 최근엔 노쇠사를 인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선 노쇠가 암과 심장질환에 이어 사망 원인 3위로 집계되기도 했다.

▲일본 사망 원인 순위. 회색선 암/하늘색선 심장질환/빨간선 노쇠. 2021년 1위 암, 2위 심장질환, 3위 노쇠.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 사망 원인 순위. 회색선 암/하늘색선 심장질환/빨간선 노쇠. 2021년 1위 암, 2위 심장질환, 3위 노쇠.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이구치 아키히사 나고야대 노년학 명예교수는 “유족들도 노쇠사를 인정하는 추세”라며 “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노쇠가 사인 1위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많은 저명인사도 노쇠사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달 90세로 별세한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와 2019년 101세를 일기로 별세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나가오 카즈히로 의학박사는 “일본에선 이상적인 죽음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자신이 매년 선고하는 160명의 사망 진단의 절반 정도가 노쇠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노쇠사가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세계 사인 상위 10위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하는 사인 상위 10위에도 노쇠는 없다. 2020년 미국의 사인 순위는 1위 심장질환, 2위 암 그리고 3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일본 의학계도 노쇠사 진단은 신중하게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다. 과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고령환자의 건강이 나빠지는 원인을 찾지 못했을 때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유효할 수 있는 치료를 포기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이를 감안해 노쇠사로 진단하는 경우는 달리 기재해야 할 사망 원인이 없는 경우에만 허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환자가 노화로 인한 쇠약으로 폐렴을 앓게 되면서 사망했을 경우 진단서에는 노쇠와 폐렴을 병기하고, 사인은 폐렴으로 계상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WHO는 올해 1월 국제질병분류 최신 개정판에 노쇠를 추가했다. 일본의 노쇠사가 세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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