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영화 ‘한산’으로 생각해 본 리더십

입력 2022-08-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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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사회경제부장

지난달 27일 개봉한 ‘한산: 용의출현(이하 한산)’이 닷새 만인 31일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대 흥행 기록을 썼던 전작 ‘명량(2014년)’에 이은 인기몰이다.

용장의 면모를 보여줬던 명량과는 달리 영화 ‘한산’에서는 치밀한 학익진과 거북선 전술을 펼치는 지장으로서의 이순신을 그렸다. ‘한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29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철저한 전략전술로 전투를 준비하는 이순신의 고뇌가 느껴지는 게 한산해전”이라며 “이순신은 격변의 근현대사를 관통해 지금의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그 중심이 된 ‘의’를 실천한 핵심 인물”이라고 밝혔다. 앞서 19일 열린 언론시사회 자리에서는 “‘한산’이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 용기, 무한한 자긍심으로 남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산대첩은 1592년 7월 8일 조선 수군 60여 척이 73척 왜선과 맞선 전투다. 59척의 왜선을 격파했고 8000~9000명에 달하는 왜군을 수장시켰다. 그해 4월 13일 임진왜란이 발발했고, 개전 20여 일만인 5월 3일 수도 한양을 빼앗기며 바람 앞의 등불이었던 조선의 전쟁 초기 전세를 한순간에 뒤집는 승리였다. 실제, 한산에서 패한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수륙병진정책을 포기했고, 조선 수군과의 교전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지장과 용장으로 이끈 승리 외에도 이순신의 백성 사랑은 여러 곳에서 엿볼 수 있다. 한산대첩 이전인 2차 출정 당시 이순신이 선조에게 썼던 장계 당포파왜병장을 보면 우리 수군 사망자 13명의 시신을 일일이 유가족에게 인계해 장례를 치르게 했고 생계를 마련해 줬다. 왜선을 격침하고 불태울 때마다 조선인 포로가 있는지 확인하라 지시했고, 조선인 한 명을 구해 내는 게 적의 수급 하나를 베는 것보다 더 큰 공이라 말했다.

임진왜란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면, 이후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이순신은 한산도에 자리를 잡고, 왜군의 본진이 있던 부산을 제외한 남해안의 모든 재해권을 장악했다. 1597년 정유재란이 발발했고, 그해 2월 26일 이순신은 파직당해 서울로 압송됐다. 이순신이 후임 통제사 원균에게 넘긴 조선 수군 규모는 배 134척과 병력 1만7000여 명이었다.

원균이 이순신을 얼마나 질투했고 무능했는지는 조선 중기 유학자 안방준이 쓴 은봉전서를 보면 엿볼 수 있다. 통제사가 된 직후 안방준의 숙부인 안중홍을 찾아온 원균은 “제가 이 직함을 영화롭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순신에 대한 치욕을 씻게 된 것이 통쾌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싸워 공을 세우겠냐는 질문엔 “멀리서 싸울 땐 편전을 쓰고, 가까이서 싸울 땐 칼과 몽둥이를 쓰면 된다”며 그저 활 쏘고 칼 휘두르면 된다고 답했다.

부산포 공격을 장담하던 원균은 통제사가 된 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꿨고, 이순신이 만든 조선 수군 작전 회의실 운주당에서 기생을 불러다 놀며 술을 마셔댔다. 결국 원균은 7월 15일 밤과 16일 사이 벌어진 칠천량 전투에서 대패했다.

칠천량 패배는 정유재란 초반의 국면을 결정지었다. 왜군은 사상 처음으로 남원에 이어 전주 등 전라도 지역을 점령했고, 그간 포기했던 수륙병진정책을 통해 한양 점령을 다시 노리게 됐다. 왜를 따르는 순왜자가 꽤 있을 정도로 임진왜란 초기 조선 백성을 잘 대했던 일본은 정유재란 땐 닥치는 대로 죽여 코를 베고 귀를 잘랐다. 당시 희생된 조선 백성 12만6000여 명의 코와 귀가 매장된 곳이 바로 일본 교토에 있는 귀무덤 오륜탑이다.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제재하는 말로 현재도 쓰이는 ‘에비’라는 말도 한자어 ‘이비(耳鼻)’에서 나왔으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칠천량 패배 이후 불과 두 달 만인 9월 16일 이순신은 12척의 배로 왜군 330척을 상대해 대승을 거두니 바로 명량대첩이다.

소위 ‘국뽕’을 가미하지 않더라도 우리 민족은 단군 이래로 훌륭하다. 다만,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역사의 굴곡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대표적인 게 이순신과 원균이다. 연전연승을 거뒀던 수군도, 칠천량에서 대패했던 수군도, 명량 승리를 이끈 수군도 모두 동시대 같은 백성, 우리 민족이었으니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20%대로 추락했다. 외신들은 이 같은 지지율 급락이 미국에도 골칫거리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검찰의 정부와 부적격 인사, 경찰국 신설 논란은 물론, 윤 대통령의 무능과 술에 취한 일, 아내의 개인적 친구들과 대통령 전용기에 탔던 일 등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말이다.

이순신과 원균의 리더십에서 길을 찾길 바란다.

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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