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전쟁 종식의 조건...미국-유럽-우크라 '동상이몽’

입력 2022-05-31 15:51 수정 2022-05-3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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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브뤼셀/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브뤼셀/EPA연합뉴스

평화파 vs. 정의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석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에 전쟁을 일으킨 대가를 물어야 한다는 ‘강경파’에 맞서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발언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주도 자유세계 질서에 도전했던 러시아를 상대로 ‘원팀’을 이뤘던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퇴로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서방사회의 의견이 갈린다. 자유주의전략센터의 이반 크라스토프 회장은 현재 상황을 ‘평화파’과 ‘정의파’의 구도로 설명했다. 전쟁을 중단하고 가능한 빨리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평화세력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대가를 끝까지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정의세력으로 나뉘고 있다는 것이다. 평화파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전 세계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반면 정의파는 대러 제재가 이제 막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더 많은 무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평화파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일은 휴전을 요구했고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및 평화 정착을 위한 4단계 로드랩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러시아가 ‘굴욕’을 느끼지 않는 미래 평화협정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어떨까. 우크라이나를 물심 양면으로 적극 지원한 미국은 전쟁의 방향성에 대해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 이상의 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즉각적 휴전 촉구

그러나 미묘한 변화는 감지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입장에 모호함을 추가했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오스틴 장관은 정의파에 가까웠다. 그는 러시아가 다시는 침공을 꿈꾸지 못하도록 힘이 약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러시아의 약화가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서방에 도전한 러시아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후 2주 만에 오스틴 장관은 평화파에 손을 뻗고 있다. 그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전쟁의 출구를 고민하기 시작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선을 지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는 무기인 다연장 로켓발사 시스템을 지원 목록에서 배제했다. 해당 무기는 최대 사거리가 300km로 전장에 투입된 포보다 8배 이상 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무기들이 자칫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부했다. 당장 미 공화당은 바이든의 결정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 같은 기류는 언론 사설에도 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러시아의 패배가 비현실적이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상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워싱턴D.C./AP뉴시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상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워싱턴D.C./AP뉴시스

영토 넘겨 평화 추구해야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도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고통과 긴장을 피하기 위해 두 달 내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일부 영토를 넘겨서라도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그는 2월 24일 침공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 이상으로 전쟁을 추구할 경우 러시아와의 새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유럽 내 세력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면서 중국과 ‘밀착’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영토 양보 발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발끈하면서도 타협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 그는 “세계가 단결해야 하고 그럴수록 우리는 강해진다. 우크라이나는 모든 영토를 되찾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2월 24일 전선까지 철수할 경우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표면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우크라이나의 선택에 달렸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사실상 서방의 지원에 달렸다.

우크라이나의 협상대표인 미하일로 포돌야크는 “일부 유럽국가들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지만 우리에게 항복을 압박하는 분위기로 느낀다”고 심정을 밝혔다.

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의 올가 올리커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 이상으로 서방 파트너들과 협상을 하고 있다”고 현재의 미묘한 상황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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