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칸에선]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박해일·탕웨이의 '범죄 로맨스' 통했다

입력 2022-05-24 09:48 수정 2022-05-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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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나는 늘 로맨스 영화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22일(현지시각) 국내 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22일(현지시각) 국내 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22일(현지시각) 칸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찬욱은 자신의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로 규정했다. 이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해일·탕웨이 주연의 ‘헤어질 결심’ 역시 로맨스 영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찬욱은 “나는 항상 로맨스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영화의 경우 로맨스라는 장르적 요소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조금 더 전면에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영화는 폭력과 섹스가 강하게 묘사된다기보다 관객들에게 미묘하게 스며드는 그런 영화를 하고 싶었다. 말하자면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찬욱의 네 번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사망을 둘러싸고,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과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의 은밀한 관계와 욕망을 다룬 영화다.

캐스팅에 관해 박찬욱은 “해준은 깨끗하고 예의가 바른 형사다. 무해하지만 좀 엉뚱한 구석이 있고,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이 캐릭터에 박해일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며 “그러자 작가가 그럼 여자 주인공은 중국인으로 하자고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그래야 탕웨이를 캐스팅할 수 있다는 거다. 나 역시 옛날부터 탕웨이의 팬이었기 때문에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렇게 일이 시작됐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박찬욱의 영화는 작품성과 별개로 호불호가 강하다. 이번 영화에 기대하는 대중의 반응에 관한 이투데이 기자 질문에 그는 “보다가 중간에 나가는 그런 영화는 아닐 것이다. 전작들에 비하면 자극적인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심심하다고 하실 지도 모르겠다”며 “나의 이전 영화들은 좀 잊고 봐 달라. 그냥 일반적인 영화라고 치면 그렇게 심심한 영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찬욱표 ‘범죄 로맨스’

▲23일(현지시각) 오후 6시 뤼미에르 극장에서 '헤어질 결심' 월드 프리미어가 열렸다. 상영 직전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찬욱, 박해일, 탕웨이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23일(현지시각) 오후 6시 뤼미에르 극장에서 '헤어질 결심' 월드 프리미어가 열렸다. 상영 직전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찬욱, 박해일, 탕웨이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현지시각으로 23일 오후 6시 ‘헤어질 결심’이 칸영화제 뤼미에르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됐다. 박찬욱은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박해일, 탕웨이와 함께 등장했다. 박찬욱은 2016년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다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의 말처럼 그의 전작들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은,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다. 하지만 이 ‘말랑말랑’이라는 수사는 어디까지나 박찬욱의 전작들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다. 그의 영화는 여전히 강렬했다.

알려진 것처럼 박찬욱은 스웨덴의 범죄 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헤어질 결심’은 범죄 영화의 외피를 두른 로맨스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범죄와 로맨스의 장르적 요소를 마침맞게 버무려 사랑의 미묘한 긴장감을 스릴러적으로 그려냈다.

박찬욱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미장센(mise-en-scène)이다. 특정 장면에 표현되는 배경, 인물, 조명, 의상, 분장 등을 감독의 의도대로 배치하고 구성하는 것을 통칭해 미장센이라고 한다. ‘아가씨’의 경우 칸에서 벌칸상을 수상했다. 벌칸상은 미술, 음향, 촬영 등의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의 아티스트에게 수여한다. ‘아가씨’에 참여한 류성희 미술감독이 받았다. ‘헤어질 결심’도 류 감독이 미술감독을 맡았다.

‘헤어질 결심’ 또한 미장센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이에 대해 박찬욱은 “이번 영화는 세트 분량이 많지는 않고, 주로 로케이션에서 많이 해결했다”며 “장소를 찾은 다음에는 류 감독이 현실을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어줘서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헤어질 결심’은 미장센뿐만 아니라 카메라의 움직임 또한 화려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물이 다른 인물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카메라의 위치와 시선이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또한 ‘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반부와 ‘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후반부의 대비를 통해 산과 바다의 이미지를 다채롭게 형상화한다.

▲'헤어질 결심' 상영 후 관계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헤어질 결심' 상영 후 관계자들과 포옹을 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헤어질 결심' 상영 후 관계자들과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박해일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헤어질 결심' 상영 후 관계자들과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 박해일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헤어질 결심' 상영 후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는 탕웨이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헤어질 결심' 상영 후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는 탕웨이의 모습. (송석주 기자 ssp@)

▲'헤어질 결심'의 주역인 박찬욱, 박해일, 탕웨이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송석주 기자 ssp@)
▲'헤어질 결심'의 주역인 박찬욱, 박해일, 탕웨이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송석주 기자 ssp@)

월드 프리미어 상영 직후 해외 바이어들은 입을 모아 박찬욱과 그의 영화를 칭찬했다. 영미권 배급사 무비(Mubi)의 케이트 케인은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박찬욱은 단연 현시대에 존재하는 최고의 스토리텔러”라고 말했고, 독일 배급사 코치 필름(Koch Film)의 모리츠 피터스는 “단연코 그의 작품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며 “촘촘한 레이어와 디테일한 감정선이 긴 여운을 주고 계속 작품을 생각나게 한다”고 호평했다.

칸에서 최초 공개된 ‘헤어질 결심’은 오는 6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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