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인수위의 6번 시행착오, 극복할 때 됐다

입력 2022-04-03 11:20 수정 2022-04-0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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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지 보름 가량 지났다. 대통령 당선인 취임까지 인수위에 주어진 시간은 약 2개월이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정부의 방향과 국정과제를 제시하기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여러 잡음이 일고 시행착오를 겪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사실 대한민국 인수위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처음으로 인수위가 만들어진 건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 직후다. 당시에는 전문성은커녕 어떻게 꾸려야할 지에 대한 기본 개념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야 했다.

1998년 김대중 인수위 행정실장을 지냈던 라종일 박사에 따르면, 노태우 정권의 취임준비위원회는 그야말로 행사 준비용이었고, 김영삼 정부의 인수위는 장식품에 그쳤다고 한다. 1987년 첫 인수위 탄생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그때까지도 국내에는 참고할 만한 대통령직 인수위 모델이 없었다는 의미다. 김대중 당시 인수위 활동 마감 후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물인 '인수위 백서'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또 흘렀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대통령직인수위의 시행착오는 진행형이다. 최초 인수위 이후 35년이 흘렀지만, 5년마대 대선이 치러지는 점을 감안하면 6번의 경험이 전부여서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 기간 없이 곧바로 시작됐다. '대통령 탄핵으로 7개월이나 빨라진 조기 대선'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 인수위 때마다 고질적인 문제들은 계속 반복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특히 인수위를 너무 서둘러 구성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과 그에 따라 파생되는 부작용이 늘 말썽이다. '사전에 수뇌부 인원 정도는 인선해야 한다', '선거팀과 정권 인수준비팀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인수위 역시 박빙 대선으로 선거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에 인수위 내부 체계를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심지어 대선마저 일주일 늦게 치러져서 전임 인수위에 비해 일주일이 줄었다.

인수위 출범 전부터 잡음이 일었다. 경제1분과 간사에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는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임명돼 논란이 됐고, 과학기술분과 실무위원인 조상규 변호사는 보안규정 위반으로 해촉되자 이에 반발해 분과 내부 갑질 사례를 폭로했다.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장에 지난달 30일 임명된 김태일 장안대 총장은 당일 사의를 표명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과별 기싸움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당선인은 '소통'을 강조하며 분과들간 경계 없는 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분과별 장벽은 여전히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 안그래도 시간이 부족한데, 출범 초기부터 '집무실 이전' 현안에 많은 에너지를 쏟은 반면 지금까지도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새 정부 방향성과 비전을 가늠할 길이 없다.

미국은 이같은 문제 해결과 효율성을 위해 사전 인수위를 꾸린다. 당선 전부터 대선 후보자가 승리해 정권을 잡을 경우를 대비해 인수위를 구성하고 인선, 정책 방향 등을 사전에 준비한다. 대선 직후 인수위가 꾸려질 수 있는 배경이다.

미국처럼 사전 인수위를 꾸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미국의 효율적인 인수위 운영 방향은 참고할 만하다. 대한민국 인수위는 2개월 간 어떻게 하면 알맹이만 이끌어낼 지 '선택과 집중'할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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