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 세계 경악에 빠뜨린 푸틴의 폭주, 그 이유는

입력 2022-02-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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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고대부터 러시아 땅”
“나토와 미국이 대러 공격 위한 발사대로 변질 시켜”
러시아 잃어버린 영광 되찾으려는 야망
서방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서방 주도 국제사회 질서에 강한 불만을 품고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풀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후 TV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서방사회에 대한 인식과 불만을 분명히 드러냈다.

연설에 담긴 푸틴의 기본 인식은 고대부터 러시아 땅인 우크라이나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대러 공격의 전진기지로 변질시켰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은 소련 초대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임의적으로 그었으며 1991년 소련의 급격한 해체로 현재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1917년 볼셰비키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등장한 최초의 공산국가 소련은 1991년 12월 사망 선고를 받았다. 개혁개방 물결을 타고 1989년 동유럽에 민주화 혁명이 번지면서 공산당 정권이 잇달아 무너진 결과다. 옛 소련의 핵심국가인 러시아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3국 정상은 소련을 해체하고 느슨한 형태의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을 창설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국민투표 결과 인구의 압도적 지지로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러시아도 이를 빠르게 인정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의 정체성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레닌 동상을 없애고 전국 도로와 도시 이름을 바꾸는 등 구소련 상징을 없앴다. 러시아와 무관한 자신들의 정교회도 인정받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인구 절반 이상이 러시아 주도 블록보다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푸틴은 우크라이나 국경 자체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깊은 문명적 유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국가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단순한 이웃 나라가 아닌 역사, 문화, 정신적 공간의 일부”라며 “우크라이나는 고유한 국가의 전통을 가진 적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푸틴의 이 같은 우크라이나 집착에는 러시아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기 위한 야망이 깔려있다는 평가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국가 가운데 인구 2위(약 4000만 명)의 산업적으로 가장 발전된 곳이었다. 우크라이나와의 결별은 러시아가 글로벌 영향력을 급격히 잃어간 배경으로 꼽힌다.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우크라이나 없이 러시아는 제국이 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품게 되면 러시아는 저절로 제국이 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철학자인 볼로디미르 예르몰렌코도 “푸틴이 영향력 있는 제국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주요 도전 과제”라며 “푸틴의 논리는 비인간적이어서 인간의 생명과 국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푸틴 폭주의 배경에는 서방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감도 자리하고 있다. 푸틴은 2004년 오렌지 혁명으로 친서방계 후보가 푸틴 측근을 제치고 대통령에 오른 사건으로 타격을 입었다. 2014년 또 다른 우크라이나 혁명으로 친러시아 대통령이 축출되고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자 크림반도를 합병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번 연설에서 “이 같은 변화가 미국의 지원을 받는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식민지”라고 맹비난했다.

지난해 7월 군대에 보낸 글에서 “서방의 음모가 두 나라를 갈라놓았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하나의 민족이다. 러시아와 우크라 사이에 생긴 벽이 공통의 비극”이라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행보가 푸틴의 정치 생명과 직결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화된 우크라이나는 푸틴이 소련 붕괴 폐허 위에 건설한 권위적 국가에 전략적 위협이 된다. 푸틴과 그의 ‘이너 서클’ 부패에 분노하고 있는 러시아 민주화 세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어서다. 러시아 내 정치 개혁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행은 러시아 정체성의 핵심을 건드리는 것으로 러시아에 심각한 도전이 되는 셈이다. 비가우다스 우사카스 러시아 주재 EU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영향력을 막는 것은 푸틴에게 일종의 정치적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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