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대선 판돈 키우기, 나라 거덜내려 작정하셨나

입력 2022-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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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전통적 해운강국이었던 그리스의 최대 항만인 피레우스항은 ‘중국 항구’다. 2016년 중국원양해운(COSCO)에 운영권이 팔렸다. 두 번째로 큰 테살로니키항도 2018년 독일 자본에 넘어갔다. 1981년부터 1996년까지 두 차례 11년간 집권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턱없는 퍼주기 복지정책으로 재정위기의 늪에 빠진 그리스는 2010년 국가부도(디폴트)에 직면한다. 공교롭게 그의 아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가 총리에 올랐던 때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이 8년간 2800억 유로의 사상 최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항만뿐 아니다. 공항, 은행, 정유 및 전력 공기업, 고속도로, 호텔, 해변, 섬에 이르기까지 돈 될 만한 건 모두 내다팔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국유재산 매각 전담기구까지 설립하고 7만 개의 리스트를 만들어 닥치는 대로 외국 자본에 넘기고 있다.

과거 안드레아스의 구호는 “국민이 원하는 건 다 줘라”였다. 일자리를 만들 산업기반이 보잘 것 없으니 실업률을 낮추려 공무원부터 늘렸다. 1981년 30만 명이었던 공무원이 구제금융에 들어간 2010년 인구 1000만 명 가운데 90만 명에 이르렀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무상의료·무상교육을 밀어붙였다. 연금제도도 유럽에서 가장 후하게 만들어 은퇴 전 최고 월급의 95%를 연금으로 지급했다. 재정이 고갈되고 나랏빚만 쌓여 1980년 국내총생산(GDP)의 22.5%에 그쳤던 국가채무는 2010년 150%로 높아졌다. 포퓰리즘이 그리스를 유럽연합(EU)의 천덕꾸러기로 전락시켰다.

15일부터 공식 대통령선거전에 들어간다. 투표일을 20여 일 앞둔 막바지로 가는데도 지지율 우열이 살얼음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경쟁적으로 선심성 퍼주기 공약을 내지른다. 노름판의 무제한 베팅을 방불케 한다. 이들이 가는 곳, 만나는 계층과 집단마다 ‘맞춤형’이라며 던진 공약은 가짓수도 손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건 코로나 손실보상 등 소상공인 지원에 100조 원 이상의 돈이 들어야 하고, 다른 공약도 수십조 원 짜리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이라며 청년, 농어민, 문화예술인 등에게 연 100만 원씩 준다고 한다.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고 아동수당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기본소득은 그의 대표공약이다. 윤석열 후보도 지지 않는다. 기초연금 인상, 부모급여 지급, 병사월급 인상, 청년도약 보장금에 농업직불금 2배 확대 등을 걸었다.

이들은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말하지 못한다. 돈이 얼마나 들지 가늠조차 못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각기 쏟아낸 현금성 퍼주기 약속만 어림잡아도 최소한 200조 원을 웃돈다. 올해 예산의 3분의 1이다. 여기에 두 후보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설 및 연장, 공항 건설, 도로 지하화, 공공주택 수백만 호 건설 등 개발공약 비용은 계산도 안 된다.

‘아니면 말고’식 부도수표의 남발에 다름아니다.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왕창 더 걷어야 하고, 모자라는 돈은 빚을 내는 길밖에 없다. 세금 이슈는 거론하지 않는다 해도 막대한 나랏빚이 심각한 문제다. 우리 중앙·지방정부 빚을 합친 국가채무는 올해 1075조7000억 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인 2017년 626조9000억 원에서 5년간 450조 원 가까이 폭증한다. 방만한 돈 퍼붓기로 역대 어떤 정부보다 빠르게 나랏빚이 늘면서 재정이 곪아들었다.

GDP 대비 채무비율도 올해 50.1%로 치솟는다. 2017년 36%에서 2018년 35.9%, 2019년 37.6%로 높아지다, 2020년 43.8%, 2021년 47.3%로 재정건전성 방어의 고삐가 완전히 풀렸다.

곳간은 바닥나는데, 우리 재정이 선진국들보다 양호해 빚을 더 늘려도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국가채무비율 100%를 넘겨도 문제없다고 한다. 무지하고 무책임하며 국민에 대한 기망(欺罔)이다. 우리 재정건전성은 국제금융시장이 판단한다. 기축통화가 아닌 한국 돈은 미국 달러나 일본 엔화 같은 안전자산이 아니다. 건전성이 망가지면 외국 자본이 미리 떠난다. 신용등급 추락과 자본 이탈이 가속화하고, 한국채권을 시장이 거들떠보지 않게 돼 빚도 더 낼 수 없는 상황에 몰린다.

1997년 외환위기의 비극적 사태가 되풀이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나마 당시에는 우리 국가채무가 GDP의 11.4%로 재정이 탄탄했던 덕분에 빨리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재정건전성은 나라경제의 최후 안전판이다. 아무리 표가 급해도 이런 식의 ‘묻지마’ 포퓰리즘은 필경 나라를 거덜내고, 자식에게 빚을 떠넘기는 몰염치다. 아버지가 만든 포퓰리즘의 덫에 아들이 갇혀 허우적대다가 결국 파탄 난 그리스의 실패가 남의 얘기도 아니다.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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