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이 외식물가에 미친 영향은 30%...물가 추가 상승 불가피

입력 2022-01-04 15:47

원재료값 상승, 외식물가 상승분의 3분의 1도 설명 못 해…나머진 영업비용 등 추정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물건을 사고 있다. (뉴시스)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물건을 사고 있다. (뉴시스)

이투데이가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품목별 연간 물가 상승률을 토대로 상관·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농·축산물 등 원재료값 상승은 외식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원재료값이 하락해도 외식물가는 내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먼저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외식물가 상승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축산물과 가공식품은 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P) 높아질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외식물가 상승률을 각각 0.25%P, 0.42%P 높였다. 단, 외식물가 변화량에서 두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설명량, R²)은 30%를 밑돌았다. 외식물가 변화량의 70% 이상이 원재료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다.

원재료 물가의 외식물가 기여도가 낮은 건 원재료가 외식물가의 ‘상승압력’으로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품목별 물가 상승률이 집계된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농산물과 축산물은 각각 9차례 ‘마이너스(연간)’를 기록했지만, 이 기간 외식물가 상승률은 모두 올랐다. 월간 통계(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전체 농·축·수산물은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0차례의 하락기(3개월 이상 연속 하락)기를 겪었다. 1987년 2월에는 농·축·수산물 물가가 6.5% 급락했다. 그럼에도 같은 달 외식물가는 4.3% 상승한 데 이어 3개월 뒤 5.5%까지 올랐다.

이는 한 번 오른 가격은 잘 내려가지 않는 외식물가의 ‘관성’으로 볼 수 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을 책정할 땐 장기 추세를 고려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원재료뿐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변동 폭이 큰 원재료가를 그때그때 음식값에 반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원재료 등의 공급가격이 낮아지면 외식물가 상승률은 오르는 정도가 줄어들 순 있겠지만, 그 자체가 외식물가를 내리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외식물가 상승 속도가 앞으로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조사품목에 포함되지 않는 공급 측 외식물가 상승요인으로는 상가 임대료와 인건비, 기타 영업비용 등이 있다. 이 중 인건비가 외식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외식물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남는 건 상가 임대료와 기타 영업비용인데, 두 요인은 시계열로 추계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주문중개수수료·배달료 등 인상이 외식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있다.

외식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수요다. 1999년 11개월 연속(1~11월) 외식물가 하락도 외환위기 여파로 수요가 위축된 결과였다. 수요는 최근 들어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음식점 카드 매출액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8월 -14.8%에서 9월 4.9%로 증가 전환한 이후 11월 11.7%, 12월(1~18일) 47.1%까지 확대됐다.

수요 증가는 두 측면에서 외식물가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첫 번째는 초과수요 발생에 따른 가격 상승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수요 급증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된다. 두 번째는 늘어난 수요의 배달앱 등 쏠림에 따른 독과점 심화다. 특정 배달앱 이용이 늘면 독과점 형성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수수료·배달료 등 결정에서 협상력을 잃게 된다. 이는 수수료·배달료 인상, 인상분 음식값 반영에 따른 추가적인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 측 요인이나 방역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최근 유동성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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