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낙농진흥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바란다

입력 2021-12-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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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생태학에는 자정작용(自淨作用)이라는 현상이 있다. 이것은 자연 생태계에서 물이나 공기에 들어 있는 오염물질을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이다. 호수나 하천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나려면 오염된 물이 희석되도록 비가 내리거나 각종 식물 또는 미생물들이 협동적으로 정화작용을 담당해야 한다. 생태계의 자정작용이 지구 환경을 지켜주듯이 우리도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 수 있어야 정의로운 사회로 발전하는 것이다.

최근 농식품부는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발족해 음용유 소비 급감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유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낙농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려는 힘겨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 중에는 국내산 원유의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과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사결정체계의 개편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1999년 공포된 낙농진흥법을 살펴보자. 이 법 제5조에는 원유와 유제품의 수급 및 가격 안정사업의 추진을 위해 낙농진흥회가 설립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나라 낙농산업을 총괄, 지휘하는 낙농진흥회는 특수목적 법인으로서 정관을 정해 농식품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정관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낙농진흥회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은 낙농진흥회 정관에 따르며, 진흥회의 업무와 활동을 공동으로 감독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의사 결정기관이다. 현행 정관에서는 전체 재적이사 15인 중에서 생산자 7인, 수요자 4인, 학계 1인, 소비자 1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재적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야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까다로운 개의(開議) 조건을 두고 있다. 총회의 경우 전원 출석과 전원 찬성(만장일치)으로 의결된다.

국내의 타 공공기관 경우와 달리 이처럼 엄격한 개의 조건 때문에 생산자 측 이사 7인이 모두 불참할 경우 이사회 개회는 물론 안건심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사회 소집에도 불구하고 생산자 측 이사들이 담합, 불출석해 이사회 논의가 불발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이를 시정하고자 농식품부는 정부 2인, 학계 2인 소비자 2인, 변호사 1인, 회계사 1인을 기존 이사 15인에 추가해 재적이사 수를 총 23인으로 늘리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사회의 의결조건도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서 출석이사가 아닌 재적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강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직접 이해당사자인 우유 생산자와 수요자 간 상충되는 사안이 생길 때 이해당사자가 아닌 이사들을 보강함으로써 원만하고 합리적인 조정기능을 부여하려는 노력이라고 판단되며 일견 바람직한 개편 방안으로 생각된다.

차제에 낙농진흥회 이사 선임 및 변경 절차를 정관을 손질해서라도 총회 의결에서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바꿔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공정하고 투명한 이사 선임을 위해 ‘인사추천위원회(가칭)’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주길 바란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잡해질수록 개인이건 집단이건 상호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여 갈등이 심화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게 생긴다. 이를 원만하게 조정하려면 법원의 판단이 먼저인가, 합리적 지성이 중요한가. 모름지기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자유민주 사회가 성립되듯이 특히 공익성을 가지는 단체는 건전한 소통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부디 낙농진흥회가 생태학적 자정작용과 같은 기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이사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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