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첨단기술 개발과 국가안보

입력 2021-12-19 18:00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의 일부 동맹국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거부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유는 인권 문제 등이다. 하지만 외형적 이유와 달리 불참 가능성은 이미 예고되었다. 2020년 시행된 미국의 ‘외국 투자 리스크 심사 현대화법’(FIRRMA)은 ‘중국제조 2025’를 제1차 목표로 하고 있었다. 미국의 이 법률에는 중국의 첨단기술 성장을 저지하고, 미국의 국익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다. 미국은 그 연장선에서 중국을 통제하기 위해 올림픽을 거부하는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무역과 관세를 넘어 직접적인 대중 압박 수단들을 강화하였다. 동시에 자국의 제조업과 첨단기술을 지켜야 한다는 테크노 내셔널리즘을 분출시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최첨단 기반 기술을 지키기 위해 생명공학 등 14개 분야와 28개의 핵심 인프라를 선정하였다. 미국은 생명공학·축전지·원자력 등에 대해 외국인의 투자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인공지능·로봇·양자 정보과학·극초음속 병기 등 첨단기술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미래를 좌우할 최첨단기술로 게놈·AI·양자암호·양자컴퓨터·최첨단감시기술 등을 들고 있다.

한편 중국은 2030년에 모든 AI 분야에서 최고를 꿈꾼다. 바이두는 자율 운행, 알리바바는 스마트시티, 텐센트는 의료, 아이플라이텍은 음성인식에서 선도기업이 되도록 중국 정부가 육성하고 있다. BATi로 불리는 이들은 미국의 GAFA와 13개 분야에서 말 그대로 기술전쟁 중이다. 21세기 전쟁의 대상은 이념이 아니라 기술 패권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력이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외교적 수단으로 그리고 국력의 원천으로 간주 되고 있다. 미래의 최첨단기술은 게임체인저(Game Changer)를 넘어 국제질서와 패권을 장악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미래의 강대국은 최첨단기술을 자국에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최첨단기술개발의 핵심은 고급인재이며, 이것을 지키는 것이 산업보안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첨단기술의 보호를 위해 국가안보의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을 지배하지 못하면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 FIRRMA이다.

문제는 미국의 제재와 디커플링(Decoupling)이 최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규제와 기술이전의 차단은 한국의 과학기술과 경제 그리고 국가안보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기술이전 거부와 일본의 수출 금지조치 그리고 중국의 중요자원 수출통제 등을 경험하고 있다. 한편 기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거대한 국제시장이자 성장하는 중국, 국가안보와 수출의 핵심인 미국과의 동맹관계. 선택에 따라서는 산업과 경제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세계적 수준의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73개의 국가 핵심기술, 150여 개의 방위산업기술, 5000여 개의 산업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술과 리얼 데이터를 원천으로 삼아 최첨단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기술수출 규제를 감내하면서 최첨단기술이 경제와 삶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최근 일본의 우익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별도의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일시적인 분노로 끝날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법률과 정책을 통해 최첨단기술의 개발과 육성 그리고 산업보안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이 글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및 (사)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 공동기획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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