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쇄신 의지 있었나…소액주주 배제 주총에 의혹만 커져

입력 2021-09-14 15:32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불가리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불가리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남양유업의 매각 번복 의지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남양유업은 14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한앤컴퍼니측의 신규이사 선임안 등을 부결시키며 매각 발표 후 번복이 이어졌던 홍원식 회장의 매각 철회 의사를 반영했다. 남양유업은 이날 주총에서 내달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한앤코와의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남양유업이 주주들을 만족시킬만한 경영쇄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남양유업은 이날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상정된 안건 3가지가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주총은 홍 회장의 ‘노쇼’ 논란이 불거진 지난 7월 30일에 연기돼 이날로 미뤄진 것이다.

◇오너 일가 의지대로 흘러간 임시주총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윤여을 한앤코 회장 등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과 감사 선임건 등의 안건이 상정됐으나 신규 이사선임의 건과 정관변경은 부결, 감사 선임의 건은 철회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10월 안에 진행할 예정으로, 안건 및 시기는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재공시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무거운 안건임에도 임시주총은 12분만에 끝났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일부만 참여한 채 졸속으로 임시주총이 치러졌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임시주총에는 5명 내외의 인사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등은 배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임시 주총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 관계자가 참석했고 한앤코 측은 참여할 수 없었다. 홍 회장 역시 주총에 불참했지만 위임장을 통해 한앤코 측 인사 선임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다.

임시 주총 이후 한앤코 관계자는 “계약이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개선 목적의 집행임원제도 도입 및 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되고 별도로 상근감사 선임안이 사전 철회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경영정상화 의지 있나

남양유업은 내달 임시주총을 추가로 열기로 하고 경영정상화를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홍원식 회장과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날지가 관심사다. 그러나 매각 번복과 이로 인한 소송전을 앞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뗄 지는 미지수다. 앞서 남양유업은 직위해제 상태였던 장남 홍진석 상무를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내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고, 홍 회장 역시 5월 초 사퇴 선언을 하고도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소액주주를 배제한 채 임시주총을 강행한 것부터 ‘경영정상화’가 아닌 ‘오너 버티기’에 방점을 찍은 행보라고 비판하며 남양유업의 경영 쇄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앤코 측도 “소액 주주권리를 위해 상법상 보장된 3% 룰이 적용되는 안건만 골라서 철회했다는 것이 상법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소액주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매각 여부는 결국 법정에서 가린다

남양유업의 매각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홍 회장의 매각 번복에 한앤코가 거래 종결 의무 이행 소송을 제기하면서 남양유업 매각은 이미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한앤코가 주장하는 계약은 홍 회장 지분 51.68%를 포함한 부인인 이운경 씨, 손자 홍승의 씨 등 오너 일가 지분 53.08%를 3107억 2916만원에 매도하는 것이다.

한앤코는 소송을 제기하며 “이번 사태를 방치하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운용사로서 마땅한 책무와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변화와 재기를 염원하는 남양유업의 전 임직원들의 희망이 좌절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남양유업이 새로운 매각대상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앤코는 거래종결 의무 이행 소송에 앞서 홍 회장 일가에 주식매매거래정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했기 때문이다. 법원의 인용으로 새로운 매수자를 찾을 수 없는 만큼 사실상 법정에서는 남양유업과 한앤코의 거래 성사 여부를 다투게 된다. 결국 남양유업 매각 논란은 법정에서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한편 IB업계에서는 법원 결정에 앞서 내달 열리는 남양유업의 임시주주총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달 임시 주총에서 남양유업이 홍 회장 등 오너일가가 물러나는 초강수를 통해 쇄신 의지를 보일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남양유업 본사 (뉴시스)
▲남양유업 본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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