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은행 중징계 소송 항소 ‘딜레마’

입력 2021-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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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할경우 법적 공방 장기화 부담, 항소 포기 땐 '피해 소비자 외면' 질타 받을수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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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 취소 소송 항소 여부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해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오는 17일까지 손 회장을 상대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 중징계 취소소송 1심 패소에 대한 항소를 결정해야 한다. 사모펀드 관련 금감원과 금융회사 수장 간 첫 행정소송 사례이기 때문에 금융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 항소 시 법정공방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항소 절차에 접어들면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2심에서도 패소한다 해도 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 사실심인 1심·2심에서 패해도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사례도 있다.

금감원이 항소할 경우 손 회장은 다시 중징계 제재의 효력을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할 가능성이 있다. 1심 때도 손 회장은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정 원장의 부담은 대법원까지 까면 사모펀드 관련한 징계안을 보류 상태로 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 소송건이 첫 사례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에 따라 다른 금융회사의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감원과 손 회장의 최종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다른 금융회사들의 징계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반면 항소를 포기하면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 절차는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사모펀드 관련 금융회사와 해당 임직원에 대한 제재심을 열어 징계 수위를 조정하면 된다.

문제는 금감원의 감독당국으로서 위신은 떨어지고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더이상 금융회사의 잘못을 논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설립 목적은 금융시장 안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와 임직원의 위법 행위를 적발하고 징계해 ‘금융 검찰’로 불린다.

지난 7월 감사원 자료를 보면 DLF에 연관된 투자자(일반+전문)는 3243명으로 투자금액은 7950억 원이다. 이 중 일반투자자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3004명(1억 이상~5억 원 미만 2780명)에 이른다. 지난 2019년 금감원이 공개한 DLF 관련 중간 검사관련 자료를 보면 2개 은행, 3개 증권사, 5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손 회장 승소로 징계 취소 소송이 끝난다면 금감원 검사 및 제재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불복 사례가 늘 수 있다. 무엇보다 DLF 피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어려워지고, 해당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들은 책임을 축소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완전히 패소했어도 항소해야 한다”며 “대법원까지 가면 긴 싸움이 될 것이란 걸 알지만 항소라는 절차가 있는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대부분 금감원 직원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료 출신은 어떤 사안을 보든지 ‘책임’을 늘 생각하기 때문에 정 원장의 고민은 깊을 것”이라며 “항소하면 법정 공방이 길어질 테고, 항소를 포기하면 소비자 피해를 외면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질타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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