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주열 한은 총재 세계경제연구원·신한금융 국제컨퍼런스 축사

입력 2021-09-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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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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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입니다.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금융그룹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컨퍼런스에서 축하의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뜻깊은 행사를 위해 애써주신 세계경제연구원 전광우 이사장님과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컨퍼런스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도 인사말씀 드립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계신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께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계경제연구원은 설립 이후 다양한 주제로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세계적 흐름 속에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어 다시 한번 국내경제 발전의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1년 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경제는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글로벌 경기회복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중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며, 최근 델타 변이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백신접종 확대, 수출 호조 등으로 견실한 회복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당면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비하는 데 보다 주력하여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디지털화와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먼저, 코로나 이후 모든 부문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가계와 기업의 비대면 경제활동이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서비스가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은 초연결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는 서비스 이용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여 후생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급속한 디지털화가 가져올 부작용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네트워크의 특성상 하나의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지배력이 강화되고 그 확산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쟁과 혁신이 저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디지털화의 빠른 진전에 맞추어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보안사고나 정보유출로 신뢰가 훼손되면서 디지털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경제로의 성공적 전환 여부는 신기술 도입을 앞당기는 것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얼마나 철저히 대비하는가에 달려있다 하겠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 위기를 경험하면서 환경문제가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막대한 것인지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환경문제를 먼 미래나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는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원활히 이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제적 비용, 기술적 한계의 부담 등으로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수용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산방식의 개선과 산업구조의 재편 등을 통해 적절히 대응한다면 우리 경제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 대응 차원의 조치를 넘어 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요구된다 하겠습니다.

귀빈 여러분!

디지털화와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은 가계와 기업의 행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디지털화는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으며,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은 탄소배출에 따른 부담을 더 이상 후대에 미루거나 다른 지역으로 전가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경제에서는 경제활동에 있어 시공간의 제약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친환경 경제에서는 오히려 제약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화라는 새로운 도로에서는 누구나 속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친환경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장애물이 놓여 있어 진입을 주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속성을 잘 감안하여 그에 맞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너무 빨라 리스크가 생기거나 너무 느려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사고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슘페터는 “마차는 아무리 연결해도 기차가 되지 않는다”며 단순한 변화가 아닌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처럼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시점에서 오늘 컨퍼런스는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매우 소중한 자리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건설적이고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풍성히 개진되기를 기대하며 오늘 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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