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진짜 위기” 기본으로 돌아간 삼성 투자…3년 전과 비교하니

입력 2021-08-29 11:00 수정 2021-08-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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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으로 중요ㆍ시급한 ‘반도체·바이오’ 분야 투자 집중
전장사업 언급 안 돼…M&A 등 새로운 기회 모색할 수도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하며, 삼성의 주력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10년이 지난 삼성은 스마트폰에서 샤오미와 애플의 도전을 받고 있고, 반도체는 TSMC와 인텔의 공격적인 투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삼성이 지난 24일 발표한 240조 원 투자 계획은 사실상 ‘생존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삼성은 2018년에도 180조 원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투자 발표와 3년 전과의 가장 큰 차이는 기본으로 돌아가 잘하는 것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계획안의 핵심은 ‘반도체’와 ‘바이오’다. 2018년에는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전장부품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이번 투자에는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등이 담겼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투자 발표를 살펴보면 빨리 치고 나가거나 따라잡아야 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 보인다”라며 “지금 안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먼저 투자하며 기본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반도체는 삼성이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는 분야다. 3년 사이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 크게 부각됐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패권 경쟁은 전례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안전판’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사실상 ‘생존 전략’”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이 초격차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주력 사업인 반도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는 삼성이 지금 따라잡아야 하는 사업이다. 삼성은 2018년 투자계획안을 발표할 때 바이오 ‘CMO(의약품위탁생산)’ 투자를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선 CMO 대신 ‘CDMO(바이오의약품위탁개발생산)’라는 표현이 강조됐다. 단순 의약품 복제에서 벗어나 사업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CDMO는 CDO(의약품위탁개발)과 CMO를 포괄한 개념으로 특정 품목의 개발·제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3년간 삼성의 바이오산업이 많이 안정화됐고, 코로나19로 전환점을 맞으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제2 반도체 신화’ 창출로 이어가겠다며 이번 투자에서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 공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 공정

2018년 투자발표에 등장했던 ‘전장부품’은 이번에 언급되지 않았다. 3년 전 삼성은 “강점인 반도체, ICT,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동차에 확대 적용해 자율주행 SoC(System-on-Chip) 등 미래 전장부품 기술을 선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삼성이 이번에 전장 투자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놓고, 전장부품에 투자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고 시급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장부품 트렌드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IT기업인 삼성이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에 한계가 있다. 전략사업으로 불릴만한 다른 영역이 앞으로 3년간 더 중요할 것으로 삼성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은 전장 사업에서 지속적인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투자 발표에서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전장 분야에서 M&A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에서 M&A 검토 분야로 AI, 5G, 전장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삼성은 “향후 3년간은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다가올 3년의 변화에 대한 한국 경제와 우리 사회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삼성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번 투자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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