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죽기로 싸운다더니 도망”...미국 뒤통수 치고 탈레반도 놀라게 한 아프간 대통령

입력 2021-08-23 13:32 수정 2021-08-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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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카불 함락 전날 "죽기로 싸우겠다"...다음 날 도망
20년간 2조 달러 투입...약 10일 만에 물거품
바이든 정부의 과신과 가니 대통령의 무책임 결합
반탈레반 판시지르서 결집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아프간인들이 21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독일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타슈켄트/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아프간인들이 21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독일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타슈켄트/로이터연합뉴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속도였다. 철군에 나선 미국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조차 놀랐다. 2001년 미국 주도 연합군의 주둔을 시작으로 20년간 2조 달러를 쏟아부었던 아프간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0일이었다. 미국의 철군 오판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도 비난에 휩싸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이 함락됐던 1주일 전으로 가보자”면서 “그 전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통화했다. 죽기로 싸우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다음 날 도망갔다”고 가니 대통령을 비난했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프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수도 카불을 포위한 15일 부인,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도피했다. 탈레반의 공세에 저항 한번 없이 나라와 국민을 버리고 도망간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가니 대통령은 현금다발을 싣고 아프간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가니 대통령이 14일 블링컨 장관과 통화할 당시 이미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이를 숨겼다고 지적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상상조차 못한 빠른 전개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미군 철군 후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붕괴하기까지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 11일 만에 무너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4월 14일 20년 묵은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며 미군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8월 31일을 철군 시한으로 제시했다. 4월 24일 백악관에 모인 안보 최고 수장들은 7월 4일까지 바그람 공군기지에 배치된 3500명의 미군을 철수하기로 계획했다. 애초 목표보다 두 달가량 앞당긴 것이다. 1400명의 직원이 있는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650명의 병력을 배치, 문을 열어두기로 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1~2년은 탈레반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그러나 외곽부터 장악을 시작한 탈레반은 5월 남부 헬만드주와 칸다하르 등 6개 지역을 공격했다. 이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이 자국민의 대피를 권고하면서 탈레반의 진격은 더 거세졌다.

6월 25일 가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NYT는 당시 가니 대통령이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이 출국할 비자를 까다롭게 승인해줄 것 ▲아프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조용히 철군할 것 ▲공중 화력·정보 지원을 지속해줄 것 등 3가지를 요구했고 바이든이 공중지원과 조용한 철군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7월 2일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용지표를 치켜세우며 경제회복 진전을 홍보하기에 바빴다. 취재진이 아프간 질문을 쏟아내자 바이든 대통령은 다소 격앙된 어조로 “가니 정부가 정권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두둔했다. 완전한 오판이었던 셈이다.

7월 8일 거의 모든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했고 지난 3일 미 안보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빠르게 세를 넓혀 며칠 혹은 몇 주 내 아프간이 함락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프간 정부를 과대평가한 미국에 가니 대통령이 완벽하게 ‘뒤통수’를 치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탈레반의 귀환을 만들어 냈다.

탈레반 스스로도 이 같은 흐름에 놀랐다고 밝혔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소속 압둘 카하르 발키는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전개가 너무 빨라 모두가 놀랐다”며 “애초 카불 진입은 계획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정부군이 모두 떠났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믿었던’ 아프간 대통령이 사실상 수도 카불을 탈레반 품에 ‘자진납세’한 셈이다.

가니 대통령의 무책임에 허탈하게 정권을 내주기에는 그동안 치른 대가가 너무 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아프간에서 근무한 미국인은 80만 명, 전사한 미군 2352명, 부상 당한 군 관계자 2만 명, 사망한 아프간군과 경찰 6만6000명,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 4만7245명, 아프간 전쟁 참전국 51개국, 사망한 봉사자 444명, 언론인 사망자 75명, 반정부군 사망자 5만1191명, 아프간 훈련 병력 30만 명, 투입 비용 2조 달러, 아프간 재건 비용 1450억 달러 등이다.

대통령이 버리고 간 아프간을 반탈레반 저항군이 탈환에 나섰다. 반탈레반 저항군은 천혜의 요새로 불리는 판시지르에 집결하고 있다. 판시지르는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지 못한 몇 개 지역 중 하나로 카불에서 125km 떨어져 있다.

탈레반도 판시지르 점령에 착수했다. 탈레반 관계자는 “수백 명의 조직원이 결전을 위해 판시지르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간 국부로 불리는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는 판시지르에 9000명의 세력을 집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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