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의 한반도와 세계] 중대사건과 간부경질, 그리고 방역협력?

입력 2021-07-0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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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은 6월 29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당전원회의 개최 후 11일 만의 소집이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회의 소집의 목적으로 “국가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세계적인 보건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의 장기화의 요구에 따라 조직기구적, 물질적 및 과학기술적 대책을 세울 데 대한 당의 중요 결정집행을 태공(태만)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킨 데 대하여서와 그로 하여 초래된 엄중한 후과에 대하여 지적하시였다”고 밝혔다. 당·정·군 간부들의 태만으로 주민들의 안전생활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중대사건이 코로나19 확진자의 발생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8월 탈북민 김모씨가 개성지역으로 재입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중앙위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했다. 재입북민으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을 막기 위한 비상방역대책을 토의한 후 개성시의 완전 봉쇄 및 구역별, 지역별 격폐와 격리, 검진사업을 엄격하게 진행했다. 북한은 중대사건 공식화 후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지역봉쇄 징후도 없고 세계보건기구(WHO)에 확진자 보고도 없다. 중대사건이 코로나19 확진자와 관계없음을 보여준다.

중대사건은 당간부들의 태만과 주민들의 불안전한 생활의 인과관계를 통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당 우위의 국가체제이다. 당의 결정사항은 목숨을 바쳐서까지 무조건 관철한다는 원칙을 지닌다. 김정은 총비서는 간부들의 무지·무능력·무집행성 등 3무를 지적했다. 간부들이 당의 결정사항 집행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초 총참모장 박정천을 국가비상방역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비상사령부는 국경봉쇄와 주민통제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생활을 위한 물자조달계획 및 수송까지 책임을 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완전봉쇄된 개성시에 당중앙은 식량과 생활보장금의 특별지원을 결정했고 국가에서 특별지원물자를 전달하는 모임도 개최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철저한 경계와 통제, 주민들의 안전생활에까지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막중한 책무를 엿볼 수 있다. 물론 당이 결정하고 비상방역사령부가 집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북한이 보여준 정치국 확대회의 동영상을 보면 중대사건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이면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리병철, 정치국 위원이면서 총참모장·국가비상방역사령관인 박정천, 정치국 위원이면서 보건의료담당비서인 최상건 등이 경질된 것이 보인다.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 들어 당대회·당전원회의·당중앙군사위원회 등을 개최하면서 군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국경봉쇄와 주민통제 속에서 식량문제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예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먹는 문제의 불균형은 주민들의 불평불만으로 이어진다. 북한의 식량난은 만성적이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자력갱생으로 인한 외부지원 차단, 반사회주의 차단을 위한 장마당 통제 등으로 식량난 가중은 예견된 일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당회의에서 주민들의 식량난 가중을 덜어주기 위해 군량미 방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량미 비축과 방출의 정책총괄은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책임지고 지방주민들에게까지 안전한 수송과 분배는 방역사령부의 책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론적으로 리병철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서 당의 결정사항인 군량미 방출에 대한 정책적 무지가 드러났고, 박정천은 국가비상방역사령관으로서 방출 군량미의 주민전달에 대한 무집행성이 드러났고, 최상건 보건의료담당비서는 비상방역체제에 의한 당·정·군 의사소통의 무능력이 드러나서 경질된 것으로 추정된다.

혹자들은 당간부의 경질에 대해 다시 피의 숙청을 예고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시대 장성택·이영호 등 피의 숙청은 권력의 불안정성과 관계된다. 숙청의 명분도 반당·반혁명에서 찾았다. 현단계 김정은 정권은 정치·외교·군사·사회분야에서 안정화되어 있다. 측근들을 모두 당·정·군 요직에 배치했다. 중국·러시아 등 우호협력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했다. 핵 보유국으로서 군사강국임을 자화자찬하고 있다. 탈북행렬이 줄고 고난의 행군 세대들이 당원으로 적극 가입하는 등 사회 갈등보다 통합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간부 경질의 배경으로 반당·반혁명이 아니라 사상적 결점과 비당적 행위로 표현했다. 사상적 결점이라는 것은 반혁명 사상이 아니며 비당적 행위는 당의 결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중대사건을 간부혁명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은 피의 숙청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혁명화 교육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숙청은 끝이지만 혁명화 교육을 받은 간부는 언제든지 복직할 수 있는 것이 경험적 사례이다.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봉쇄는 북중 간의 물적교류와 남북·북미대화를 제약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백신도 필요하고 대화도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모니터링이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백신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모니터링을 수용해야 한다. 북한은 모니터링을 통해 주민들의 열악한 보건권과 생활상 등 민낯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실용주의 지도자로서 정상국가화와 정상적인 지도자상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용주의 지도자는 주민생활상의 민낯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용주의 지도자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협력만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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