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는 공정지도] 자소서 1편 첨삭 컨설팅 120만원…이게 '입시 불공정'

입력 2021-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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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6-27 19:1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수능 학원비 100만~200만원에도 부모들 아침 6시부터 줄서서 대기

SKY 장학금 신청 소득 9~10분위 55%
"학생 배경에 따라 입시 결과 달라져"
"시행자 입장서만 공정 따져 신뢰성 뚝"

“‘학교장 추천’과 같은 전형에서 수시 입시 비리가 발생했을 때 조사를 정확하게 하지 않을 거면 없앴으면 좋겠다.” 이서경(가명, 혜화여고 졸업 후 이화여대 진학, 21) 씨.

“입시 또는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진성모(가명, 용인외고 졸업 후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진학, 29) 씨.

현 입시 제도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생각이다. 이투데이는 29명의 2030 청년들을 만나 ‘교육 과정과 입시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일반고, 자율형 공립고, 전문계고, 마이스터고, 외국어고, 예술고 등 다양한 고등학교에서 입시 전형을 치른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맞닥뜨린 입시 제도와 그 과정의 얘기를 들어봤다.

◇돈 없으면 자기소개서 꿈도 못 꿔 = 청년들이 느낀 우리나라 대학 입시 제도는 부모의 재력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입 수시 전형에 포함되는 ‘자기소개서’ 항목이다. 1회 평균 자소서 첨삭 비용은 30만 원. 컨설팅 평균 횟수가 4회에 달하는 만큼 자소서 1편을 작성하는 데 120만 원가량이 소요된다. 이 비용을 부담 없이 꾸준히 낼 수 있는 사람만 수시 전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주요 외고, 자율형사립고 컨설팅을 하고 있는 학원 관계자는 “(학원에서 맞춤형 자소서를 작성하는 학생들의 경우) 전문직 부모가 80% 이상”이라며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강남은 두 분이 다 이른바 ‘사’ 자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많다. 목동은 아빠가 의사ㆍ변호사, 엄마는 공무원이 많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김윤경(가명, 울산 출신 서울대 진학, 21) 씨는 “돈을 많이 쓴 사람은 티가 난다”며 “면접, 논술 등 유명 학원이 몇 개 없어 ‘너도 거기 다녔어?’, ‘우리 입시 준비할 때 봤지 않아?’라고 대화하는 걸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수시 면접 과정에서 유명 사설학원에 다닌 학생들은 표가 난다고 한다. 서정연(가명, 28) 씨는 “대학 면접을 보러 갔는데 다들 정제된 멘트와 형식이 있더라”며 “알고 보니 다들 같은 면접 학원 출신이었다. 난 지방 고등학교에서 담임 선생님과 준비했는데…”라고 얘기했다.

정시 전형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발표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 신입생 장학금 신청자 소득분위’에서 SKY에 재학 중인 9분위와 10분위 학생은 55.1%에 달한다. 소득 9구간의 월 소득 인정액은 월 949만8348원 이상, 10구간은 월 1424만7522원 이상이다. SKY에 진학한 고소득층 입학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정 의원은 밝혔다.

분당의 한 일반고 졸업 후 서울권 대학에 진학한 이조은(가명, 29) 씨도 “강남권 친구들 사이에서는 전 출제위원이 만든 9월 모의고사(실제 수능에서 비슷한 유형이 많이 나옴) 시험을 한 번쯤 봤다고 한다”며 “모의고사 한 회에만 10만 원”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대학수학능력평가 준비) 유명 학원 학원비만 100만~200만 원이고, 여길 다니려고 부모님들이 아침 6시부터 줄을 선다”고 귀띔했다.

장만식(가명, 광주자동화설비공업고 졸업 후 대학 진학 안 함, 25) 씨는 “수백만, 수천만 원을 들여가며 고액 과외를 받은 학생과 학교 수업만 들은 학생이 같은 시험을 치르게 하는 사회가 결코 공정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토로했다.

◇입시제도를 바라본 엇갈린 시선 = 현 수능 제도에 대해 2030 청년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각자의 처지에서 현 입시 제도가 큰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혼재돼 있었다.

“입시 제도에 큰 불만은 없었어요.” 김유진(가명, 대성고 졸업 후 한양대 진학, 25) 씨.

“일찍이 진로를 정해 입시 제도가 불공정하다고 고민해 본 적이 없어요.” 이재상(가명, 게임과학고 졸업 후 미국 디지펜 공과대학 진학, 32) 씨.

김 씨와 이 씨처럼 현 입시 제도에 큰 불만 없이 대학을 다닌 청년들도 많았지만,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컸다.

박지석(가명, 시지고 졸업 후 서울대 진학, 29) 씨는 “합격한 후 대학에 오고 나서야 느꼈다. 서울에서 ‘일타강사’(최고 인기 강사)에게 배운 친구들의 정보력이 다르더라”고 밝혔다.

안예은(가명, 서울예고 졸업 후 홍익대 진학, 22) 씨는 “동등하게 교육받을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입시 그림 한 번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 3년 동안의 포트폴리오 과정을 보고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그날 실수해서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임현진(가명, 오산고 졸업 후 인하공전 자퇴, 28) 씨는 “학교에서 SKY 반을 만들어서 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최항석 경기대 교직학부 교수는 한국사회에 교육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교육에서의 공정은 경쟁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고려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시행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만 해석한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대학입시에서 정말 공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에 대한 타당성이나 신뢰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의 각기 다른 답변에 대해 “내가 이득을 봤느냐, 못 봤느냐에 따르는 이해관계로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입시 결과가 학생 개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또 기회가 보장돼 있어서 공정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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