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부 고문으로 '간첩 거짓 자백'…법원 "국가, 유족에 배상"

입력 2021-06-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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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강압적인 수사와 고문으로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재판장 한정석 부장판사)는 고문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고문 피해자 A 씨와 B 씨는 1971년 각각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방조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됐다.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C 씨를 영장 없이 연행해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피의자 신문을 진행해 A 씨와 B 씨를 구속했다.

이후 A 씨는 반국가단체 구성원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B 씨와 C 씨는 간첩 활동 편의를 제공한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 씨와 B 씨에게 각각 징역 7년과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 1977년 사망했다.

이후 A 씨 자녀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해 "망인의 경찰·검찰 자백은 고문 등으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 씨 또한 재심청구를 해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A 씨와 B 씨 가족들은 지난해 11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증거를 수집하고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내 기소한 행위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생긴 손해에 대해선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제외한 12억2000만 원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B 씨의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에게는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제외하고 약 1억6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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