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 끝에 눈물로 막 내린 남양유업 홍원식 시대

입력 2021-05-04 15:28 수정 2021-05-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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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갑질ㆍ외조카 마약ㆍ'불가리스 사태'까지 수년간 소비자 불신 쌓여 추락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불거진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눈물을 흘리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홍 회장은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른 뒤 44년 만에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홍 회장은 4일 오전 10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특히 홍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식에게 경영권 승계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10여년 사이 계속된 악재가 수십년간 이어온 가족경영을 끝장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리점 갑질’부터 ‘불가리스 후폭풍’까지 악재 누적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를 시작으로 2019년 '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등으로 불매운동 여파가 계속되던 가운데 이번 사태로 불가리스 생산공장 영업정지 처분이 검토되는 등 기업 경영 측면에서 계속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홍 회장은 국민과 현장 직원, 대리점주 등에게 사과했다. 홍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가공 업체로 오랜기간 사랑 받아왔다"며 "오랜기간 회사 성장만 바라고 달려오다 보니, 소비자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홍 회장을 사퇴로 이끈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에 대한 뿌리깊은 소비자 불신이 지난 수년간 누적된 결과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되살아나면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다시 불매운동이 전개됐다.

▲논란이 된 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 (연합뉴스)
▲논란이 된 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 (연합뉴스)
남양유업의 악재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대리점주 물량 밀어내기'가 폭로되며 '갑질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당시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으나 대리점주의 갑질 폭로가 이어지며 소비자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매출 답보 상태가 이어졌고 결국 유업계 1위 자리를 매일유업에 내주게 됐다. 지난해엔 매출 9489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이 11년만에 '1조 원' 아래로 쪼그라들었고 77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갑질 논란 이전인 2012년(1조3650억) 매출에 비해 30% 정도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이 와중에 오너 리스크도 불거졌다. 2019년 창업주 홍두병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에는 장남인 홍진석 상무가 회사 비용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보직해임됐다.

◇일단 ‘영업정지’ 최악 상황 피할까

‘불가리스 논란’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세종시에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2개월도 요청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했다. 남양유업은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달 29일 세종시에 "청문회 절차를 밟게 해달라"며 의견서를 제출했다. 세종시는 이달말께 청문회를 개최, 남양유업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남양유업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세종공장이 2개월 영업 정지를 당할 경우 경영 타격이 클 전망이다. 매일 납품해야 하는 우유의 특성상 세종공장에 원유를 공급하는 낙농가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이후 학교 급식 중단 등으로 원유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아예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광범 대표가 3일 임직원에게 메일로 사임 의사를 밝히며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밝힌 만큼 남양유업은 청문회에서 연구결과를 적극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재기 가능성은?…소비자 신뢰 회복이 최우선과제

1964년 창립한 남양유업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 기업으로, 엄마들의 신뢰에 힘입어 분유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자리잡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3년 대리점주 갑질 사태로 소비자 신뢰를 한 순간에 잃으면서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고 이를 회복하지 못했다.

오너 일가를 절대적인 회사 지배력을 통해 오랜 세월 가족경영을 해오다 보니 수직적 구조에 익숙해 내부 통제 기능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 회장의 지분(51.68%)을 포함해 총수 일가 지분이 53.85%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홍 회장의 사퇴만으로 남양유업이 다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수 있을진 미지수다.

남양유업은 3월 ESG추진위원회를 출범하며 탈플라스틱 등 친환경 경영과 아동 및 산모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공헌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대리점 지원 정책을 확대해 상생 문화 선도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일단 남양유업은 전문경영인 영입 및 경영진 쇄신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이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나날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고 성원해주길 바란다”며 눈물을 흘린 만큼 후속 조치 이행을 통한 소비자 신뢰 회복이 최우선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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