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의 혁신, D2C 비즈니스 업계를 정리하다

입력 2021-04-23 12:09 수정 2021-04-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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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Business to Business)ㆍB2C(Business to Customer) 비즈니스’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말 그대로 기업과 기업 사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거래를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 최근 D2C(Direct to Customer, 생산자 직거래)라는 비즈니스가 떠오르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은 필요한 제품을 사기 위해 오프라인 채널인 백화점과 쇼핑몰, 대형할인점 등을 찾아 그곳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제품들만 살 수 있는 '선택의 강요'가 이뤄졌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활발해지며 일부 플랫폼들이 대형채널로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소비자 노출, 접근성 등에 의한 순차적인 ‘선택의 강요’ 여전했다.

몇 년 전부터 특정 플랫폼에 들어가 있지 않은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온라인상에 등장하면서 그에 따른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 가능해졌다.

시공간적 제한이 없는 온라인 환경하에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군들이 출시되었고, 소비자는 각 브랜드의 온라인몰을 통해 구매와 품평을 하고, 판매자는 그것에 맞게 제품을 개선하고 브랜딩을 하기 시작한 것이 D2C 비즈니스의 탄생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도 이 대열에 빠르게 합류, 대형 이커머스 유통채널 아마존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자사몰을 통한 D2C 비즈니스로 전환하며 지난해 큰 실적 향상을 기록했다.

코로나 시국을 맞아 온라인ㆍ비대면을 중심인 D2C를 메인 비즈니스로 삼은 기업을 묶어 이르는 용어다. 국내에서는 에이피알(APR), 블랭크(blank), 브랜드엑스(BrandX), 데일리앤코 등의 순으로 업계 상위기업들을 찾아볼 수 있다.

▲D2C는 중간유통채널을 배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는 직거래 방식이다. (사진제공=ITMUNCH)
▲D2C는 중간유통채널을 배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하는 직거래 방식이다. (사진제공=ITMUNCH)

2년 전부터 업계 선두로 자리매김한 에이피알은 뷰티(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포맨트), 패션(널디), 건강기능식품(글램디) 분야에서 5개의 브랜드를 D2C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2014년 창립 이래 연평균 200%가 넘게 성장해 자사몰을 통해 유입된 고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ㆍ개발하는 가운데 두꺼운 충성고객층을 확보했다.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큐브(medicube)’는 지난해 1000억 원 매출을 올렸고, 스트릿패션 브랜드 ‘널디(Nerdy)’와 남성뷰티 브랜드 ‘포맨트(Forment)’도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포맨트의 경우, 국내 상위 20위 향수 브랜드 중 유일한 국산 브랜드로 지난해 12월 여성 퍼퓸라인을 론칭하며 유니섹스 뷰티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유재석 화장품’으로 화제성을 높인 에이피알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큐브’
▲‘유재석 화장품’으로 화제성을 높인 에이피알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큐브’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 D2C 비즈니스처럼, 에이피알도 업계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반드시 고가의 피부 클리닉을 가야만 관리를 받을 수 있는가'는 자문(自問)에서 시작한 메디큐브의 도전은 '인체적용시험을 거친 제품만을 판매한다'라는 품질선언과 뷰티 멤버십 서비스 'M-club(엠클럽)'로 이어졌다.

론칭 1달여 만에 2만 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한 엠클럽은 최근 미국에 진출하는 등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장하며 미용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엠클럽을 중심으로 기존 브랜드 파워들을 모은 자체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며, 사명이자 미션인 APR(고객의 삶을 개선하다)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피부과 전문의로 구성된 피부과학연구원을 설립하며 자체 R&D 역량 역시 높이고 있다.

▲에이피알은 피부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피부과학연구원을 설립하며 자체 R&D 역량 역시 높이고 있다.
▲에이피알은 피부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피부과학연구원을 설립하며 자체 R&D 역량 역시 높이고 있다.

미디어 중심 커머스 마케팅을 전개하는 블랭크(blank) 역시 다수의 생활용품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숙면을 불러온다는 마약 베개와 발바닥 각질을 제거하는 '악어발 팩', 수압과 노폐물을 걸러주는 '퓨어썸 필터' 등에 대한 이색적인 홍보영상은 해당 자사몰로 소비자들을 유입시켰다.

블랭크는 브랜드 파워보다 관련 제품의 개별 영향력으로 성과를 올려왔다. 새로운 제품군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브랜드들을 빠르게 론칭하며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다는 것이 블랭크의 D2C 전략인 셈이다. 바디럽, 소소생활, 블랙몬스터 등 20여 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블랭크는 'D2C계의 다이소'로 인정받고 있다.

▲‘계란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 푹신하다’는 신박한 발상으로 화제성을 높였던 블랭크의 ‘마약베개’ 광고
블랭크는 영상을 통한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미디어커머스’ D2C 기업이라 볼 수 있다.
▲‘계란이 깨지지 않을 정도로 푹신하다’는 신박한 발상으로 화제성을 높였던 블랭크의 ‘마약베개’ 광고 블랭크는 영상을 통한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미디어커머스’ D2C 기업이라 볼 수 있다.

블랭크는 영상을 통한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미디어커머스’ D2C 기업이라 볼 수 있다.

D2C 업계의 수위를 달리고 있는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글로벌 정책에 있다. 싱가포르, 중국(홍콩ㆍ상해), 대만, 미국 등 5개국에 진출한 에이피알은 지난해 해외에서만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들어 ‘글로벌 No.1 D2C 회사’라는 신조 하에 20개국 추가 진출 계획을 수립했다. 단기적으로 캐나다, 프랑스 등 5개국에 진출 예정이다. 블랭크 역시 싱가포르, 중국(홍콩), 대만에 진출하며 한류스타 모델을 통한 성공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막 1000억 원 매출을 넘긴 3, 4위 기업들은 기존 1~2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창 업종 확장 중이다. 휴대용 마사지기 '클럭(klug)'으로 단일품목 800만 개의 누적 판매량을 자랑하는 데일리앤코와 요가복 브랜드 '젝시믹스' 중심의 BrandX는 각각 침구류(몽제), 다이어트식품(쓰리케어) 등 서브 브랜드 정립에 한창이다. 특히 브랜드엑스는 지난해 상장과 함께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 의류, 네일, 남성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들을 잇따라 론칭하고 있다.

▲데일리앤코의 휴대용 마사지기 ‘klug’과 브랜드엑스의 요가복 브랜드 ‘XEXYMIX’
▲데일리앤코의 휴대용 마사지기 ‘klug’과 브랜드엑스의 요가복 브랜드 ‘XEXYMIX’

이들 D2C 업계 기업들의 공통점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모바일 중심의 온라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유입시키는 데 있다. 단기적으로 빠르게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으나, 표현이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 특성상 때로는 역효과를 낳는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도 ‘아픈 손가락’은 있다.

에이피알은 5년여 전 론칭한 반려견 사료 브랜드 ‘디어마이펫’이 부작용 논란에 막대한 손실을 보고 폐업의 아픔을 맞은 경험이 있다. 전수조사 끝 제품에서는 유해 성분이 나오지 않았고, 사료를 먹고 사망한 반려견 게시글을 올렸던 네티즌들은 후에 벌어진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으나 온라인상에서 퍼진 소문은 끝없는 마녀사냥으로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부정여론에 놀라 성분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게시한 ‘치료비를 지급하겠다’라는 성급한 사과문 문구는 보상금을 노린 블랙 컨슈머들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SNS상 많은 부정게시물 바이럴(viral)을 야기, 큰 이미지 손실을 입기도 했다.

블랭크 역시 SNS상에서 인기를 끌었던 제품 소개 영상들에 대해, 해당 제품들의 품질을 지적하는 소비자들의 후기 콘텐츠 역시 양산되며 역풍을 맞았다. 이에 2019년 적자전환의 아픔을 맞기도 했으나, 한국 품질관리연구원(KOTITI)과 협약 등 지속해서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일리앤코도 클럭 마사지기의 품질과 비용 문제가 제기됐으나 휴대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꾸준히 받고 있다. 클럭의 뒤를 이을 추가 브랜드들의 확장성이 부족한 점이 숙제로 남아 있다.

브랜드엑스는 기능성 부족과 이염 이슈 등이 제기됐으나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고, 오히려 초기 요가복 브랜드 1위였던 ‘안다르(andar)’ 성희롱 이슈로 인해 반사이익을 본 사례다.

기존의 대형 유통기업들 역시 D2C 비즈니스 방식을 추가하는 등 D2C 업계의 미래는 밝다. 온라인이란 초월적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소비자들과의 선택과 소통은 새로운 기업들의 탄생과 성장을 낳았다. ‘대한민국 제2의 벤처 붐’이라는 창업 열풍에도 일조했다.

수많은 기업이 전개하는 제품과 브랜드 가운데, 자유롭지만 한정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기업만이 살아남는 생태계 역시 D2C 업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오늘의 1등이라도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경영의 오랜 문구처럼, 빠르게 변화하며 경쟁자가 늘어가는 온라인 환경에서의 생존은 보장받기 힘들다.

유통구조를 혁신한 D2C 전문기업들이 꾸준한 성장으로 과거 이커머스 1세대 공룡기업들을 따라잡고, 창업을 꿈꾸며 새롭게 도전하는 초년병들이 그 뒤를 따르는 업계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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