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 성도이엔지, 배상액 2심서 대폭 경감

입력 2021-01-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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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1000억 원→2심 128억 원…중국 민법 준거법으로 재판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확장팹(C2F) 준공식에서 주요 참석자 들이 공장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왼쪽 7번째부터 궈위엔창(郭元强) 강소성 부성장, 리샤오민(李小敏) 우시시 서기, 이석희 SK하이닉스 CEO, 최영삼 상하이 총영사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확장팹(C2F) 준공식에서 주요 참석자 들이 공장 준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왼쪽 7번째부터 궈위엔창(郭元强) 강소성 부성장, 리샤오민(李小敏) 우시시 서기, 이석희 SK하이닉스 CEO, 최영삼 상하이 총영사 (사진제공=SK하이닉스)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발생한 SK하이닉스 공장 화재로 1조 원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한 현지 보험사들이 가스공급설비 설치를 담당한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낸 소송 2심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성도이엔지의 배상액은 1000억 원에서 128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번 판결은 중국 민법을 준거법으로 심리가 진행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정재오 부장판사)는 중국 보험사들이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낸 1000억 원 규모의 구상금 소송 항소심에서 "성도이엔지가 보험사 5곳에 합계 128억8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中 보험사들, SK하이닉스에 8억6000만 달러 지급

SK하이닉스는 2013년 7월 성도이엔지의 중국 내 자회사 성도건설에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의 가스공급설비 설치 공사를 맡기는 도급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일산화이질소의 공급을 조절해주는 가스 캐비닛에 고순도 질소가스 배관을 질소 배관 밸브에 연결하는 작업이 포함됐다.

하지만 가스 공급을 시작하고 6시간이 지난 뒤 화재가 발생해 공장 2500㎡(약 756평)를 태웠다. 가스 캐비닛을 질소 배관 밸브가 아닌 수소 배관 밸브에 잘못 연결해 폭발성 혼합물이 형성되면서 정전기를 만나 폭발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재물·휴업손해로 10억6500만 달러(약 1조1700억 원)를 보험금으로 청구했다. 5개 보험사는 SK하이닉스에 8억6000만 달러(약 9500억 원)를 지급하기로 최종 합의하고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양도받았다.

중국 보험사들은 자국에서 성도건설을 상대로 손해액 중 일부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장쑤성 고급법원은 2018년 6월 화재 사고로 인한 재물손해 중 성도건설이 2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최고법원에서 확정됐다.

2심서 10분의 1수준으로 감액…지배력 유무가 판단 갈라

▲2013년 SK하이닉스 (중국)유한공사에서의 화재 사건과 관련해 중국 보험회사들이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낸 소송이 진행 중인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해외영상 감정증인(중국민법 전문가) 신문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2013년 SK하이닉스 (중국)유한공사에서의 화재 사건과 관련해 중국 보험회사들이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낸 소송이 진행 중인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해외영상 감정증인(중국민법 전문가) 신문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이후 중국 보험사들은 우리나라에서 성도건설의 모회사인 성도이엔지를 상대로 1000억 원의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성도건설 직원이 배관을 잘못 연결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고, 성도이엔지가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다.

1심은 성도이엔지가 보험사들에 10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도건설의 현장 책임자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고 성도이엔지는 이들을 지휘·감독해 사용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성도건설과 성도이엔지는 각각 다른 나라에 설립된 별도의 법인으로 수년 동안 원칙적으로 사업과 자산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 공사를 담당한 성도건설 직원들에 대한 성도이엔지의 지휘·감독이나 지배·통제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중국 회사법상 성도이엔지와 성도건설의 연대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성도건설이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직후 성도이엔지에 거액을 배당한 것을 배상 채무 회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도건설은 정기적인 이익 배당을 시행한 적이 없는데도 화재 사고 불과 2개월 뒤부터 배당 논의를 시작해 미분배 이윤 명목으로 총 7800만 위안(약 130억 원)이라는 거액의 배당을 결정했다"며 "당시 자금 규모를 초과하는 배당금을 지급해 성도건설의 자본총계는 크게 감소해 2018년도에는 0원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규모 화재 사고가 발생해 직원들이 조사를 받고 있고, SK하이닉스 중국 법인으로부터 배상 청구 예고를 받은 상황에서 서둘러 이익 배당을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는 채무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개입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재판은 사용자 책임 여부, 법인격 남용 여부 등 모든 심리를 중국 민법을 준거법으로 심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중국대학의 민법 교수 2명을 감정증인으로 채택해 영상 신문이 이뤄졌다. 1심은 법인격 남용 여부와 그에 따른 성도이엔지의 책임 유무 부분을 국내법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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