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개미가 온다]② “주식, 유튜브에서 배워요”…교복 주린이 ‘도박개미’ 될라

입력 2021-01-23 10:24 수정 2021-01-2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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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공부가머니' 유튜브 클립 캡쳐.
▲MBC '공부가머니' 유튜브 클립 캡쳐.

공부의 힘은 ‘증권계좌’

#. ‘공부의 근원’을 묻는 질문에 한 여고생이 ‘증권계좌’라고 적은 스케치북을 들어 카메라에 보인다. 지난 9월, MBC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에 출연한 박민영 학생의 이야기다. 쏠쏠한 수익에 살아있는 경제 공부는 덤이다. 시장 매력을 느끼면서 경영·경제 분야로 진학하는 목표도 생겼다고 했다.

#. 지난해 4월, 폭락장에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 초등학생(유튜버 쭈니맨)도 있다. 그는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에서 '지금이 적기'라는 전문가 말에 주식을 시작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초6인 그는 매일 환율과 증시 뉴스를 보며 사전지식을 쌓으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량주 위주로 주식을 사 모았다. 지난해 그가 거둔 순수익만 해도 1000만 원을 넘어섰다.

개인투자 열풍에 야무진 수익을 내는 '리틀 개미'들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미성년 자녀 명의로 주식을 사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처럼 성공한 ‘교복 주린이’는 많지 않다. 투자 열풍에 검증되지 않은 유튜브 정보에 노출되면서 리딩방 등 주식시장의 ‘봉’이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빚투', '영끌' 분위기에 휩쓸려 미래의 ‘도박 개미’로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융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유행에 휩쓸려 투자를 권유하기보다 구체적 방법과 유의할 점을 꼼꼼히 가르치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리틀 동학 개미가 온다
최근 ‘개미(개인투자자)’ 열풍에 투자 첫걸음을 뗀 ‘리틀 동학개미’가 늘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받을 수 있는 금융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학교 자유 학년제에 적용하는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고등학교는 수학능력시험 이후 기간을 활용한 교육 운영에 그친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단발성 ‘특강’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금융교육 사업을 운영하지만 교육부 등에 비해 권한이 부족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금융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1002명 가운데 92.4%는 금융교육 수강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29.3%는 교육 내용이 무료로 공개되더라도 지인에게 추천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용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2019년 금융투자협회가 고등학교 정규교과에 금융교육(디지털 혁신과 창의적 금융 인재)을 최초로 마련했지만,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이마저도 중단됐다. 금투협 관계자는 “여러 지역 교육청과 협의 중에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취소되거나 중단된 상태”라며 “지난 9월, 서울 여의도고에서만 상당히 단축된 형태로 어렵게 교육을 진행했다. 부산 지역도 마지막까지 추진을 고민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에 거주한 윤서현(중3ㆍ16세) 군은 “은행 직원이 와서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초저금리 시대라고 하는데도 단리ㆍ복리 같은 개념 위주 수업만 진행한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돈을 쓰고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외부 강의를 제외하면 사회나 역사 과목에서 아주 잠깐 등장하는 수준이다.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유튜브”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뭔데?…“유튜브로 배웠다”
지난해 수능을 본 김은채(가명, 19세) 군은 “유명채널을 따라 하는 유사채널들도 늘면서 자극적인 내용이 쏟아진다. 지금 같은 주식 활황기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도 많은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정보나 정확한 소식을 잘 판별하는 것도 투자자 몫인 만큼, 어릴 때 금융 교육을 받으면 더 좋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투자를 위해서 주식이나 경제를 공부하는 고등학생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들이 찾는 곳은 유튜브다. 막상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싶은데도 계좌 개설부터 기본 시장 개념, 좋은 기업 보는 법 등 배울 곳이 없어서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채널을 개설한 고등학생도 있다. 자신을 ‘센터장’이라고 소개한 청소년 유튜버는 ‘미성년자 주식 계좌 개설하기’와 관련해 주민등록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필요 서류 등 절차를 자세히 안내했다.

문제는 리틀 개미들이 주식 리딩방(유료 종목 추천방) 유혹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 리딩방 운영진은 SNS나 유튜브에서 ‘수익률 보장’, ‘정확한 목표가ㆍ손절가 제시’ 등 문구를 걸어놓는 등 갖가지 수법을 동원한다. 일부 유튜브 영상에는 ‘무료 체험’을 미끼로 주식 리딩방 링크를 걸어두는 경우도 있다.

금융교육, 미래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해법
최근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교육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사모펀드 사태 이면에는 금융교육의 부재가 컸다는 지적이다. 매번 말뿐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2008년 금융위기 후 금융교육을 강화했다. 금융 문맹이 금융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반성이자 교훈에서다.

윤서현(16세) 군은 “코스피 지수부터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가르쳐줬으면 한다. 나중에 나이가 들 때 자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함께 배우고 싶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처럼 금융 관련 영화를 시청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 사상구에 거주한 박도훈(중3, 16세)는 “단순히 ‘이런 종목들이 좋아요’를 가르치기보다 현재 경제 상황을 같이 보면서 좋은 기업을 알아가는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SNS만 봐도 직접 좋은 기업을 찾기보다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종목을 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 등도 금융 교육 필요성을 느끼면서 대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금융교육협의회는 금융교육 로드맵을 다시 짜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함께 개발한 ‘초·중·고 금융교육 표준안’을 10년 만에 손봤다.

국회도 해법 찾기에 나섰다. 지난 11월,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교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하도록 하는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형배 의원은 “연이은 금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의 주체인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년별 커리큘럼 마련과 다양한 플랫폼 구축 등으로 금융교육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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