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상관 마"…법 안 바꾸면 '제2 정인이' 나온다

입력 2021-01-04 18:13 수정 2021-01-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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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친권 우선주의'…민법에선 '친권=성역'

학대아동, 도로 집으로…방임해도 친권박탈 불가
"가해부모 제재조치 강화…아동인권 국민인식 제고를"

우리 민법에서 친권은 곧 성역이다. ‘정인이 사건’을 비롯한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도 부모의 친권이 아동의 인권보다 우선되는 친권 우선주의가 있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정인이’는 또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은 법률을 통해 심각한 신체적 상해나 만성적 학대, 방임 시 부모의 친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 민법은 친권 상실·정지요건으로 ‘친권의 남용’을, 일부 제한요건으로 ‘친권행사를 함에 있어 곤란하거나 부적당한 사유(소재불명, 의식불명 등)’를 규정하고 있다. 이 중 친권 남용은 친권의 과잉 행사로, 본래의 친권 행사에서 벗어난 학대·방임을 포함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 민법으로는 학대·방임을 이유로 부모의 친권을 제재할 수 없다. 이는 법원과 검찰, 경찰이 아동학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행정기관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부모와 아동을 분리했다가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오히려 우리 민법은 제915조(징계권)를 통해 학대를 일정 부분 정당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해당 법안은 지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학대 부모의 친권이 유지되면 그나마 행정적으로 가능한 분리 조치도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다수 피해아동은 분리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가정으로 돌려보내진다. 2019년 9월 발생한 인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지난해 1월 발생한 경기 여주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가정 복귀 후 재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8월 발간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친권 제재 관련 규정의 한계와 개선과제(허민숙 입법조사관)’ 보고서에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는 부모의 반성, 부모의 요청, 친모의 가정복귀 신청 등에 의해 아동을 다시 학대 부모에게 되돌려보낸 일이 일관되게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보고서에서 “아동학대 가해자의 약 80%가 부모라는 점에서 학대를 사유로 한 친권 제재조치의 실효성이 제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법감정도 문제다. 양육·훈육에 행정·사법이 개입하는 데 대해 여전히 거부감이 심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교적 관념의 영향으로 과거부터 충(忠)·효(孝)가 중시된 데 반해 자녀는 ‘독립된 인권의 주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돼 왔다”며 “여전히 ‘내 자식은 내가 알아서 키운다’는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대 부모의 양육권을 박탈한다고 했을 때 ‘부모를 배제하면 고아원에 보낼 것이냐. 그것보단 그냥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게 낫지 않겠냐’는 사고가 팽배하고, 그런 생각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아동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여기에는 부모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 사법·집행기관의 인식이 모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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