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국민 여망에 반기를 드는가?

입력 2008-12-03 18:41 수정 2008-12-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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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간부들, 김쌍수 사장 독립사업부제에 반발

'개혁 전도사' 김쌍수 신임 사장이 주도하는 한국전력공사의 개혁이 벌써부터 내부 고위직을 중심으로 한 반대세력의 저항에 봉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한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한전은 김쌍수 한전 사장과 김주영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직개편안 용역 결과를 두고 특별노사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협의회에서 논의된 조직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9사업본부 7지사 11개 전력관리처 체제를 배전과 송전 등 전 분야를 통합한 사내 회사 형태의 10~14개 독립사업부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특히 독립사업부에 재무제표 산출과 예산·경영·인사 재량권까지 부여해 내부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조직개편안은 '공기업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센 데다 LG전자 시절 '개혁 전도사'로 불리며 많은 혁신 성과를 만들어낸 김 사장이 공기업 사장으로 처음 시도하는 개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김 사장은 권위주의 타파에 나서는 등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발전자회사 5개사 사장을 비롯한 2급 직원 250여명을 대상으로 한 경영선진화 워크숍에서 "혁신은 조직문화의 변화에 달려 있다"며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 부정적인 사람이 많은 조직은 망할 수 밖에 없다"고 조직 문화를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김쌍수 사장이 무조건 열심히 하기 보다는 스마트하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효율성을 위한 과감한 혁신을 당부하는 등 개혁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김사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한전의 부장급 이상 고위직을 중심으로 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특히 독립사업부제가 배전과 송전 등 전 분야를 통합한 형태라 입사 당시부터 나뉘었던 기술 직군을 통합해야 하는 만큼 관련 부서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불만은 배전과 송전부문을 담당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전부문은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도매 부문을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전의 A 간부는 "통합된 독립사업부제가 실시되면 입사 당시부터 나뉜 기술직군을 통합해야 하는 등 직원 직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사항임에도 충분한 논의없이 진행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직원 역시 "한전의 주요 기능인 송전과 배전부문을 통합할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조직개편안의 핵심인 독립사업부제가 지난 2006년 당시 노사정위원회에서 2년간 운영 한 뒤 그 성과를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합의한만큼 일방적 결정은 반발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편안이 지난 2006년부터 일부사업에 대해 실시해 왔던 독립사업부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도 내부 반발이 큰 이유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특별노사협의회에서 노조 측은 "독립사업부제 운영성과 분석이 2년 전의 노사합의 정신에서 벗어나 회사 측이 졸속 시행하고 있다"며 "노사 협의는 물론 충분한 검토없이 짧은 시간 안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조직개편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더구나 김 사장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방안에 따른 세부전략으로 오는 2011년까지 예산절감과 성과주의 예산제도 확대 등을 포함한 고강도 긴축경영을 내년부터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C 직원은 "조직개편안 등 김쌍수 사장의 조직운영 스타일을 보면 양방향 소통보다는 일방 추진의 인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김 사장이 취임 이후 유관기관 단체장과 간담회 등의 미팅을 갖지 않은 것 등에 대해 "독단적 스타일"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등 부정적 평가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한전 내부의 개혁 반대 움직임에 대해 정부와 시민사회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김 사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박수를 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사장과는 다른 이력을 가진, 전력 전문가도 아닌 김쌍수 사장을 한전 사장에 앉힌 것은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만한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정부가 조직개편안 지지 등을 통해 김 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일부의 불만이 임원 인사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도 여론의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기업을 방치해서는 안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과감한 개혁과 민영화가 절실한데도 '전력산업의 특수성' 운운하며 국민 열망을 무시하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임계점을 넘어 국민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라고 말했다.

공기업개혁시민연합 관계자도 "공기업들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 형태는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다"며 "공기업의 경영혁신이나 경영효율성 증대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전력 관련업체 관계자는 "최근 발전사 사장 선임 등 자회사의 고위직 임원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이번 임원인사에서 재신임을 받거나 선임되지 못하면 갈 곳이 없다는 점이 불만 확산의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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