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천연기념물 지정 가축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

입력 2020-12-29 05:00 수정 2020-12-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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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최근 한 드라마에서 ‘조선왕조실록’을 폄하하는 대사가 나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고 한다. 이는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국민의 남다른 애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약 조선왕조실록이 없었다면 우리의 역사 평가는 어떻게 됐을까? 다른 나라의 역사서에 의존해 유추하고,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도 속수무책이었을 거로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사실 조선왕조실록은 사라질 뻔했었다. 세종대왕은 만약을 위해 실록을 4부씩 만들게 해 경복궁, 충청도 충주, 경상도 성주, 전라도 전주에 분산 보관하도록 했다. 그러나 1592년 임진왜란으로 3곳의 실록은 모두 불타고 전주사고에 보관된 실록만 남게 됐다. 이마저도 풍전등화였다. 전쟁에 정신이 없던 시기, 정읍의 선비인 안의(安義)와 손홍록(孫弘祿)은 사재를 들여 실록을 내장산 암자로 옮겨 지켜낼 수 있었다. 만약 분산 보존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세종대왕의 선견지명에 감탄하게 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미래에 후손들에게 꼭 전해 줘야 할 유산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제1호), 두루미(202호), 독도(336호) 등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은 학술적, 자연사적, 지리학적으로 중요하거나 그것이 가진 희귀성, 고유성, 심미성 때문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여 법률로 규정한 것을 말한다.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국립축산과학원은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소, 돼지, 닭 등 주요 씨가축도 보존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가축유전자원을 지키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가축은 5종 7계통으로 △진도의 진도개(제53호) △연산 화악리의 오계(제265호) △제주의 제주마(제347호) △경산의 삽살개(제368호) △경주개 동경이(제540호) △제주흑우(제546호) △제주흑돼지(제550호)가 있다.

역사는 책으로, 식물은 씨앗으로, 자연경관은 그 자체로 보존하지만 수명이 정해진 가축은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 그동안은 살아있는 가축을 암수 번식을 통해 지켜왔다. 하지만 악성가축질병, 자연재해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긴다면 가축은 멸종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은 바로 생식세포의 동결보존이다. 최근 사유리라는 유명 연예인이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자를 얼려 보존하는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축 또한 정자, 난자, 수정란, 체세포 등 생식세포를 동결해 영하 196℃인 액체 질소에 보관하면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가축 품종마다 생리적 특성이 달라 생식세포 동결기술과 적용 방법이 서로 다르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가축유전자원의 동결보존 고도화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2017년 12월, 문화재청,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과 천연기념물 가축유전자원 관리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축종 7계통 290마리의 2788점의 동결정액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969점은 제주 축산진흥원에 분산 보존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만약을 대비해 조선왕조실록을 분산 보관했듯이 육지와 섬에 보존하여 훗날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쳐도 멸종만은 피하기 위해서다. 최근 3개 기관은 천연기념물 지정 가축유전자원의 중복 보존과 복원 업무협력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천연기념물 가축은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응해 온 우리 고유의 가축유전자원이다. 앞으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가축이 더욱 안전하게 보존돼 후대에 물려주고,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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