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성별영향평가제도의 의미와 가치 “기울어진 관행의 개선으로 행복의 총합 키우기”

입력 2020-12-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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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정책은 정책공급자 관점에서 방향과 내용이 계획됐다. 그러다 보니 정책이 실제로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정확히 평가할 수 없었다. 이것은 결국 정책효과의 총합이 감소되거나 오히려 반작용과 갈등이 증폭되는 의도치 않았던 상황을 만들어내는 근본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성별 특성을 고려할 경우에 정책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비효율성이 감소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게 된다는 주장이 2000년을 넘어서며 힘을 받기 시작했다. 2002년 성별영향평가 근거 규정이 마련되고, 2011년에 되어서야 비로소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제정됐다. 이후 ‘성별영향평가’로 명칭이 수정됐다.

여성가족부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관행을 변화시키면서 성평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정책사업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평가대상으로 선정한다.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그 결과에 대한 검토의견을 정책수행 기관에 보내면 해당 기관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별영향평가는 매년 법령, 계획, 사업 등의 분야별로 구분하여 총 3만 건 정도가 수행되고 이 중 중앙정부는 2000여 건, 지방자치단체는 2만8000여 건이 수행된다.

통상 여성가족부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여성에게만 유리하게 평가되리라 생각되는 것도 오류이다. 다음의 사례들에서 제시되는 것처럼 성별영향평가제도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히 적용되는 제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남성에게 불평등하게 적용됐던 것의 개선 사례들로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에서 남성만 60세 이상으로 한정해 놓았던 것을 남녀 동일한 나이 규정으로 개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고용부), 육아휴직 기간을 남녀 동일하게 3년으로 개선한 것(인사처·행안부), 여성의 지급한도가 더 높게 책정되어 있었던 화재보상 보험금 지급기준을 남녀 동일하게 수정한 것(금융위), 지방공무원의 부모휴가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부모휴가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경기도), 남녀 군인 모두 육아휴직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국방부) 등이 있다.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적용되었던 것의 개선사례들로는, 고속도로 휴게소 공중화장실 수에서 여성 사용시간을 고려하여 남녀변기비율은 1대 1.5로 설치하도록 한 것(행안부),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선정기준을 통상 남성들로 한정되었던 ‘세대주’에서 ‘세대구성원’으로 개선하면서 성차별 요소를 제거한 것(국토부), 문화예술분야 성폭력 예방 강화를 위해 공연예술 표준계약서에 성희롱·성폭력 등의 내용을 명시하도록 한 것, 지역관광콘텐츠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성적대상화나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를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한 것들의 개선(문체부), 여성농업인의 직업활동 참여활성화를 위해서 배우자 동의가 필요한 항목을 부부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농식품부), 유방암 후 재건수술의 부가가치세 부과관련 규정에서 기존의 과제대상에 있던 것에서 제외한 것(기재부) 등이 있다.

당초 입법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성별 차이는 의도치 않은 정책효과의 성불평등을 강화하면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불편하거나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이 성별영향평가 제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시간 법률적이고 제도적인 관행이라는 이유로 지속돼 왔던 은밀한 차별이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의 삶도 힘들게 하고 있음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는 차원에서, 성별영향평가제도의 의미와 가치를 일반 국민들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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