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세대 자화상] 공시 올인, 영끌 투자…인생 건 도박 강요받는 2030

입력 2020-10-06 05:00 수정 2020-10-06 11:0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청년인구 11% 줄 동안 공시생 51% 늘어…30대는 빚 내 부동산·주식 투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채용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구직자들의 불안함이 커지는 가운데 3월 26일 서울 한 대학교 잡카페에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인 및 학생 출입이 통제되면서 실내등이 꺼져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채용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구직자들의 불안함이 커지는 가운데 3월 26일 서울 한 대학교 잡카페에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인 및 학생 출입이 통제되면서 실내등이 꺼져 있다. (뉴시스)

박민호 씨(37·남·가명)는 공무원시험 준비만 10년을 했다. 공부가 부족하진 않았다. 최종면접만 3번을 봤다. 첫 5년은 합격이 손에 잡힐듯해 미련을 못 버렸다. 이후엔 몇 번이나 포기하려 했으나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다. 나이는 많지만, 경력이 없어서였다. 박 씨는 “한 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겠다”고 한다. 다만 그 말이 지켜질지는 스스로도 장담하지 못했다.

20·30대가 인생을 건 도박을 강요받고 있다. 일부는 대기업·공기업·공무원 취업에 수년을 허비하고, 일부는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든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올해 청년층(15~29세) 인구는 2006년보다 10.7% 줄었지만, 일반기업체와 언론사·공영기업체, 일반직공무원 취업시험 준비생은 50.7% 늘었다. 중소기업은 기피 대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인식조사에서 3명 중 1명만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미 취업에서 ‘한방’을 놓친 30대는 ‘영끌(영혼까지 돈을 끌어모은)’ 부동산 투자가 한창이다. 최근 거래된 서울 아파트 3채 중 1채는 30대 매입분이다. 20·30대 공통으론 대출을 통한 주식 투자가 늘고 있다. 2018년 말 가상화폐 열풍에 이은 ‘빚투’ 2탄이다.

굳이 이들의 잘못을 꼽자면 ‘하필이면 지금’ 20·30대란 것뿐이다. 대·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격차는 벌어질 만큼 벌어졌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강남 개발(1983년)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은 아직도 오르는 중이다. 중소기업 취업은 ‘늪’이고, 저축으로 ‘내 집’ 마련은 옛말이다. 기성세대의 가르침을 따를 길이 없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이 겪는 문제를 ‘요즘 애들’의 문제로 치부한다.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나이에 왜 인생을 건 도박을 하는 ‘로또 세대’가 됐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청년세대에 대한 몰이해는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정치권은 좌절감과 박탈감을 외면한 채 청년수당,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선심성 정책만 쏟아낸다. 흔한 어른들은 좌절하는 청년에 ‘노오력(노력의 풍자어)이 부족하다’고, 힘듦을 거부하는 청년에 ‘근성이 부족하다’고 훈수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대가 분명한 삶의 목표를 두고 새로운 가치를 쫓는 게 아니라, 안전한 직업과 자산 투자에 매달리는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사회 관점에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등 쏠림은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이고, 집값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결국은 어떤 문제도 해결 못 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어린이날·어버이날 선물로 주목…'지역사랑상품권', 인기 비결은? [이슈크래커]
  • '2024 어린이날' 가볼만한 곳…놀이공원·페스티벌·박물관 이벤트 총정리 [그래픽 스토리]
  • 단독 금융권 PF 부실채권 1년 새 220% 폭증[부메랑된 부동산PF]
  • "하이브는 BTS 이용 증단하라"…단체 행동 나선 뿔난 아미 [포토로그]
  • "'밈코인 양성소'면 어때?" 잘나가는 솔라나 생태계…대중성·인프라 모두 잡는다 [블록렌즈]
  • 어린이날 연휴 날씨…야속한 비 예보
  • 2026학년도 대입 수시 비중 80%...“내신 비중↑, 정시 합격선 변동 생길수도”
  • 알몸김치·오줌맥주 이어 '수세미 월병' 유통…"중국산 먹거리 철저한 조사 필요"
  • 오늘의 상승종목

  • 05.0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8,380,000
    • +4.44%
    • 이더리움
    • 4,377,000
    • +2.65%
    • 비트코인 캐시
    • 656,000
    • +5.55%
    • 리플
    • 746
    • +1.08%
    • 솔라나
    • 203,000
    • +1.7%
    • 에이다
    • 658
    • +0.92%
    • 이오스
    • 1,162
    • +0.52%
    • 트론
    • 172
    • -1.15%
    • 스텔라루멘
    • 157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400
    • +8.81%
    • 체인링크
    • 19,840
    • +2.27%
    • 샌드박스
    • 633
    • +2.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