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헌의 왁자지껄] 제로금리 시대와 고금리의 증권가

입력 2020-09-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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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최근 들어 주춤해졌지만 올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국내 증시는 독보적인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상승세는 단연 ‘개미’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은 증시의 체질을 단숨에 바꿨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국내 주식 계좌는 올해에만 315만 개 늘었다. 주로 개인 계좌다. 이 같은 투자자들의 신규 유입은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재테크 수단 중 하나인 부동산이 정부의 규제로 사실상 막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증가와 함께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도 늘고 있다. 7월 말만 해도 14조 원 초반대에 머물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속해서 늘더니 17일에는 17조9023억 원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대 규모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으로 3월 6조 원 규모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제는 빚투의 증가뿐만 아니라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에도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는 여전히 고금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지난달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개인 고객이 가장 많은 키움증권을 비롯해 자기자본 규모 상위 5개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은 7~9%대 이자율을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 DB금융투자, 교보증권, SK증권 등은 91~120일 기준 9.9% 이자율을 적용 중이다. 이들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예탁증권담보대출(주식담보대출)의 이율도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약 2~3배를 더 받고 있다.

또 증권사의 신용융자이자는 기간이 길수록 이자율이 늘어난다. 이는 고객들의 단기 투자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결국, 주식시장을 도박장처럼 만들 우려가 커지게 된다.

증권사들은 관리비용과 조달비용 등이 시중 은행에 비하면 높다는 이유를 들지만, 증권사는 투자자가 빌린 돈을 기간 내 갚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리스크도 적다. 기준금리가 계속 낮아지며 조달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증권사의 이득은 더욱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논하는 시대에 10%에 가까운 금리가 이상하지 않은 곳. 그것이 2020년 국내 증시의 현주소다. 지난달 금융위원장이 증권업계 고금리를 지적했지만 내리는 시늉이라도 한 증권사는 2곳에 불과하다. 이에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묻지마식’ 신용융자 금리 산정 방식을 합리화ㆍ투명화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나서는 점은 다행이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긴 고리대의 역사는 시대가 다르고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점이라면 서민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을 좀먹는 증권가 고리대의 역사는 반복돼선 안 된다.

투자자들 역시 이번 기회에 생각을 바꿔야 한다. 고리대의 책임도 결국은 투자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10%에 가까운 고리대를 빌려서 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가치투자나 장기투자를 고려할 리 만무하다. 테마주에 단타를 반복하면서 허황된 대박의 꿈만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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