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의 중국 경제인열전] 원말 명초 대부호, 심만삼(沈萬三)

입력 2020-09-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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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최초 국제무역상, 그의 富는 국가와 겨뤘다

너무나 궁핍했던 어린 시절

원나라 말기에서 명나라 초기까지 중국, 아니 세계를 주름잡았던 대부호 심만삼(沈萬三)의 본래 이름은 심부(沈富)이다. 그는 원나라 말엽인 1328년 절강성 오흥(吳興) 지방, 지금의 후저우(湖州)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그가 태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고장에서 뜻하지 않은 수재(水災)가 발생하여 전염병이 창궐하였고, 이로 인하여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버지 심우(沈祐)는 한밤중에 네 아들을 배 한 척에 싣고 백리 떨어진 주장(周庄;저우좡)으로 이주하였다. 더구나 그곳에서 첫째, 둘째 아들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심만삼 부자는 온 사방이 황무지에 불과했던 ‘주장’ 지방에서 성실하게 개간하고 경작지를 늘여가면서 부를 쌓아갔다.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심만삼은 더욱 부를 축적하였고, 그의 명성은 널리 퍼져났다. 그는 주장 지역을 상품 무역과 유통의 기지로 삼았고, 황무지 변방에 불과했던 주장은 그의 존재로 인하여 크게 번성하였다. 상하이 부근에 위치한 ‘저우좡’은 오늘날 유명한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심만삼을 기념하는 여러 흔적이 남아 있다.

강남 부호에서 전국 부호로

이 무렵 소주(蘇州) 지방의 대부호이자 노장(老莊) 사상에 심취해 있던 육씨(陸氏)는 심만삼이 재능이 있고 총명하며 신용할 수 있는 인물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심만삼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넘기고 홀연히 도사(道士)가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변에서 표일한 삶을 누렸다.

호랑이에게 이제 날개가 달리게 된 셈이었다. 더욱 큰 재산을 보유하게 된 심만삼의 경제 활동은 차원이 다르게 확대되었다. 그는 대운하를 비롯해 수로(水路) 교통이 발달된 소주와 자신이 축적한 부를 발판으로 삼아 중국의 비단과 자기, 곡식 그리고 수공예품 등을 해외로 운송하고 해외의 보물, 상아, 코뿔소 뿔, 향료, 약재 등을 중국에 들여왔다. 그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국제무역상으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하여 그는 강남 제1의 부호 그리고 당연히 전국 제1의 부호가 되었다.

세계 최대의 대제국 원나라도 말기에 들어서면서 반란이 빈발했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남부 지방에서 반란은 더욱 거셌다. 그중에서도 소주 출신의 장사성(張士誠)이라는 소금 장수는 반란을 일으켜 소주를 점령한 뒤 칭왕(稱王)하면서 세력을 키웠다. 이미 강남의 대부호로 부상해 있던 심만삼은 장사성에게 여러 차례 거금을 내 지원하였고 군비도 지원하였다. 장사성은 심만삼을 크게 신임하였고, 그는 이러한 신임을 바탕으로 대외 무역과 부동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였다.

명 태조 주원장과의 악연

이 무렵 주원장(朱元璋)이라는 새로운 강자가 출현하여 전국적인 반란의 지도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원나라를 무너뜨리면서 명나라를 건국하였다. 그가 바로 명나라 태조 홍무제(洪武帝)다.

홍무제가 아직 천하를 석권하기 전에 장사성이 장악하고 있던 소주를 공격했다. 그때 소주는 무려 8개월이나 버티면서 주원장을 몹시 괴롭혔다. 그 배경에 소주의 막강한 경제력이 있었고, 특히 심만삼의 엄청난 재력이 크게 뒷받침되어 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홍무제 주원장에게 소주의 부자들, 특히 심만삼은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 홍무제 주원장은 천성이 본래 사람을 믿지 않고 의심이 많았다. 더구나 그는 상인을 특히 싫어하였다. 주원장은 뒷날 정책적으로 상업을 극도로 억압하여 농민은 비단과 면 그리고 명주와 무명의 네 가지로 만든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한 반면, 상인은 오직 명주옷과 무명옷 두 가지만 입을 수 있도록 특별히 규정하였다. 상인은 과거시험과 관리가 되는 데에도 많은 제한을 받았다. 모두 상인을 천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려는 뜻이었다. 여기에는 아마도 소주에서의 경험이 작용했을 듯하다.

▲중국 장쑤(江蘇)성 쿤산(昆山)시에 위치한 심만삼(沈萬三) 동상.
 사진출처 위키디피아
▲중국 장쑤(江蘇)성 쿤산(昆山)시에 위치한 심만삼(沈萬三) 동상. 사진출처 위키디피아
과유불급,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천하의 새로운 패자, 주원장은 남경(南京)에 정도(定都)하고 성곽을 수축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수십 년 이어진 전란으로 재정이 이미 철저하게 바닥난 상태였다. 소주 전투 때의 악연으로 주원장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던 심만삼은 이 기회에 그의 마음에 들고자 거금을 투척하였다. 심만삼은 아예 남경 성곽 전체 공사의 3분의 1을 자신이 맡았고, 성곽만이 아니라 도로, 교량, 관저 공사도 자신의 재산을 털어 추진하였다. 그는 전국 최고 수준의 기술자를 대거 고용하여 최고 수준의 공사를 시행하였고, 공사 기간도 크게 줄였다. 그래서 주원장 자신이 직접 지휘해 진행했던 성곽 공사보다 3일이나 빨리 완공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언제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었다. 심만삼의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주원장의 체면을 크게 깎아내리는 일이었다. 그러한 주원장의 심리를 알 리 없는 심만삼은 내친 김에 황금 백만 냥을 마저 내놓으면서 황제를 대신하여 전국의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크게 대접하여 그 노고를 위로하고자 했다.

그러자 주원장은 마침내 대노했다. “필부가 감히 천자의 군대를 대접하다니, 이는 결단코 반란을 꾀하는 난민(亂民)이로다! 당장 끌어와 주살하렸다!” 이때 옆에 있던 황후가 주원장이 너무 지나치다 생각하고는 “상서롭지 못한 백성은 하늘이 반드시 주살할 것입니다. 구태여 폐하께서 나서서 주살하실 필요는 없지요”라고 말렸다.

차마고도에서 발휘된 경제 본능

결국 심만삼은 재산이 몰수된 채 멀리 운남(雲南) 지역으로 유배되었고,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위와 손자도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을 당했고, 주장에 남아 있던 그의 친척들도 모조리 도륙당했다. 명나라 사람 음태산(陰太山)이 쓴 ‘매포여담(梅圃餘談)’에 따르면 “몰수된 재산은 20억 냥에 밭이 수천 경에 이르러, 이로 인하여 명나라의 국고가 많이 불어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심만삼은 그렇게 혈혈단신 빈털터리로 천리타향 운남에 유배되었지만, 그의 탁월한 사업 수완은 마지막 순간까지 발휘되었다. 바로 운남 지방의 험준한 차마고도(茶馬古道)를 이용해 강남(江南) 지역에서 생산되는 비단 등 특산품을 운남 지방에 들여와 교역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다시 티베트와 미얀마, 나아가 멀리 인도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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