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트럼프, 국민 건강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 멈춰야

입력 2020-07-0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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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에서 다시 가파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전염병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대책 중 하나로 꼽히는 마스크 착용을 정쟁의 도구로 쓰는 것이다.

트럼프의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은 코로나19 사태 초창기부터 유명했다. 미국 공중보건 당국자들이 하나같이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읍소하는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공개 석상에서 절대 마스크를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마스크를 자신의 지지자를 결집하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기사에서 트럼프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해 정부와 엘리트들에게 복종하는 신호라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이런 복종에 예민한 지지자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자 트럼프는 최근 마스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폭스뉴스와의 1일 인터뷰에서 “마스크 의무화가 필요할지 의문이지만 착용하는 것을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행태에 불과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한 것은 물론 실제 행사장에서 트럼프 지지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도 않은 채 서로 붙어 앉는 등 코로나19를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만일 트럼프가 이 자리에서 마스크를 썼다면 지지자들도 진지하게 착용을 고민했을 것이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통해 서구권에서 문화적으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다른 어떤 곳보다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트럼프에게 돌릴 수는 없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에서는 지난달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비율이 90% 안팎을 기록한 데 반해 미국은 71%, 영국은 31%에 그쳤으며 북유럽 국가들은 5% 이하로 극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강한 거부감에 대해 전문가들은 마스크에 대해 서구권 시민이 전통적으로 부끄럽고 약하며 쿨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니 마초 성향이 강한 보수 성향의 백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스크 착용에 넌더리를 칠 수밖에 없다. 또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런 지지자들에게 건강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말은 자신의 나약함을 표출, 지지율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위험한 발언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3월 자신을 ‘전시 대통령’으로 자처했던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전시 대통령의 최대 임무는 무엇인가. 바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 확인된 코로나19의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마스크 착용과 집중적인 검사, 접촉자 추적 3가지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국민 건강을 정쟁 도구로 삼지 말고 코로나19를 잡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트럼프에게 가장 좋은 선거 전략일 것이다.

트럼프처럼 코로나19를 얕잡아 보고 마스크 착용을 꺼렸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심지어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트럼프는 이들과 같은 신세가 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마스크를 착용해 자신과 지지자, 더 나아가 국민 전체의 건강을 지키길 바란다.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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