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 믿을 건 현금 뿐”...‘주식회사 미국’, 빚내서 현금 쌓는다

입력 2020-06-22 10:22 수정 2020-06-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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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주요 기업들의 현금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부터 반도체 기업 인텔까지 많은 기업들이 보유 자산 매각이나 비용 절감, 심지어 빚까지 내는 등의 방식으로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WSJ가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P500 기업들의 올 1분기 현금 보유 및 단기투자 규모는 1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3분기 내내 4.1%에 못 미치던 것과 대조된다.

맥도날드의 경우, 48억 달러(약 5조80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 1분기 말 시점에 현금 보유액은 45억 달러가 됐다. 총부채는 10% 늘었다. 인텔도 104억 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 77억 달러를 확보했다. 총부채는 35% 증가했다.

펩시코는 1분기에 76억 달러를 빌려 현금 보유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는 호텔 마일리지 포인트를 팔아 10억 달러를 확보하고 대출까지 받아 현금 15억 달러를 모았다. 주택 건설업체 레나는 토지 구매를 일시 중단했고, 크루즈 업체 카니발은 선박 6척을 매물로 내놨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도 현금 보유 규모를 늘렸다. 의류업체 갭은 미국 내 매장을 폐쇄한 지 한 달 만인 5월 초에 현금 22억5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신용한도도 최대인 5억 달러를 확보해뒀다.

그 결과, S&P500 기업 중 비금융사의 1분기 부채 증가율은 3.38%로, 이전 3개 분기 중간값인 0.2%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모든 기업이 빚을 내서 현금을 쌓은 건 아니다. 현금 보유액이 가장 많은 애플은 1분기에 130억 달러의 비용을 줄였는데, 이는 유동성 문제와는 별개라는 지적이다.

청바지 업체 게스는 소비자 수요 모델을 수정하고, 일부 거래처에 대한 지불을 연장함으로써 자본지출과 운영비를 60% 이상 절감했다고 한다. 직원 20%를 해고한 초이스호텔인터내셔널은 해고자에 대한 퇴직연금 지급을 일시 중단하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도 잠정 중단했다.

기업들은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유동성을 확보해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에 대비한다는 평가도 있다. 경제가 본격적으로 정상 궤도에 올랐을 때, 발 빠르게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돈 풀 시기를 간 보며 실탄을 장전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대응책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기업들이 더 쉽게 대출을 늘리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도 했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돈 풀기에 적극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출이 어려워 현금 확보에 고전했던 것과 다른 환경과 마주한 것이다.

핑코위츠 리 조지타운 대학 금융학 교수는 “전염병, 시위, 정치적 혼란이 현금 비축 동기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현금 가치는 더 올라간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실제 이익이 줄어든 상태에서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동 제한으로 잠재 고객 발굴 및 투자 등 사업 계획이 지연된 것도 향후 수익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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