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강남 자영업자가 무너진다"…집합금지 명령에 매출 90% 실종

입력 2020-06-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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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자영업자들의 새벽장사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강남역 일대 클럽과 감성주점이 밀집한 거리에는 24시간 또는 새벽까지 영업하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클럽과 새벽영업 식당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에 있다. 클럽의 폐쇄가 이들 식당과 무관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1998년과 2008년에도 클럽 인근 식당가는 불황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식당의 생존까지 위협할 만큼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19일 서울 강남역 유흥시설 A 영업장 앞에 휴업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19일 서울 강남역 유흥시설 A 영업장 앞에 휴업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19일 낮 시간대에 찾은 강남역 일대 식당가는 적막했다. 그러나 식당 주인들은 저녁 퇴근 시간 이후 반짝 손님이 몰릴 뿐 심야 시간대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클럽 등 유흥 시설이 밀집한 강남역 인근은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상권 중 하나다. 집합금지명령으로 주요 고객층인 20대가 사실상 실종된 탓이다. 강남역에서 밤에는 클럽을 찾고 새벽에 허기를 달래는 20대가 사라진 거리는 그야말로 활력을 잃었다.

▲19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주점 정문에 '임시 휴업'을 알리는 벽보가 붙어 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19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주점 정문에 '임시 휴업'을 알리는 벽보가 붙어 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강남역 A클럽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B순댓국도 매출 감소에 직면한 식당 중 하나다. 가게 점원인 김영숙(60ㆍ가명) 씨는 “새벽 장사로 하루 300만~400만 원 매출을 올렸지만 (클럽) 영업정지 이후론 30만 원도 못 번다”고 토로했다. 매출의 90%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이 매장은 한때 직원만 10명이었지만 매출이 급감하면서 인력도 절반 이상 줄었다.

신논현역 클럽 주변 상권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신논현역에서 18년째 24시간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이민정(58ㆍ가명) 씨는 “우리 가게는 새벽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2월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된 이후 매출이 30%가량 빠졌는데, 유흥업소가 영업을 중단한 지난달부터는 매출이 6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럽 등을 방문한 후 매장을 찾는 20대 손님이 유흥업소 영업금지 이후 딱 끊겼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이 씨는 월 700만 원인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강남역 인근 24시간 영업 식당들은 대부분 연간 10억 원 내외의 높은 매출을 기록해 서울시가 지원하는 자영업 생존자금(연 매출 2억 원 이하) 지원대상에서도 배제된다.

24시간 운영하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도 매출 감소를 피하진 못했다.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에 자리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최철민(30ㆍ가명) 씨는 “(유흥업소) 영업금지와 무관하게 매장 영업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데, 매출은 체감상 4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이 매장은 유흥업소를 찾는 손님이 많은 주말에 훨씬 바빴는데, 요즘에는 평일 매출이 더 잘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19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상가 유리창에 붙어 있는 '임대문의' 현수막. 최근 강남역 주변에서는 비어 있는 상가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19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상가 유리창에 붙어 있는 '임대문의' 현수막. 최근 강남역 주변에서는 비어 있는 상가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가 강남역을 덮치자 자영업자들의 강남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강남역 인근 상가 곳곳에는 비어 있는 건물과 ‘임대문의’ 플래카드를 찾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다.

인근 부동산에서도 “떠나려고 매물을 내놓지만 상권 사정이 예전같지 않아 선뜻 입점하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운영할수록 적자다 보니 계약기간이 끝나면 문을 닫는 상가가 늘어 빈 점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15일 서울시가 유흥업소 ‘집합금지명령’을 ‘집합제한명령’으로 완화했지만 이들 외식업계가 체감하는 경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분위기다.

24시간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당장 영업시간을 축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줄어든 매출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패스트푸드, 커피전문점 등 24시간 영업하는 프랜차이즈들은 고객 편의를 위한 24시간 운영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매출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을 우려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규모가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유흥업소 집합금지명령이나 집합제한명령 기간에도 버틸 수 있지만 개인사업자들은 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으로 운영시간을 축소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사례가 많다”며 “상권이 회복되기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흥상권 인근 식당가들을 중심으로 도미노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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