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채권시장의 과욕과 한은

입력 2020-06-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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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한은이 오늘은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할까요?”

요즘 거의 매일 듣는 소리다. 채권시장이 이제나저제나 하며 한국은행 국고채 단순매입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기다림은 5월 중순경부터 시작됐으니 어느덧 한 달이 다 돼 간다.

발단은 이렇다. 4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자회견 중 “실무자에게 보고받기로는 오늘 오후에도 국고채 매입 계획을 공고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당시 채권시장은 이 같은 발언에 랠리를 펼쳤었다.

앞서 이 총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과 그에 대한 재원 마련 필요에 따라 국채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고채 수급안정을 통해 시장안정을 도모할 생각이고, 그런 차원에서 국고채 매입을 적극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던 터다.

그 이후 채권시장은 다음 금통위가 예정된 5월 28일에도 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단순매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대는 끝내 무산됐지만, 기대감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엔 3일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발표하는 것에 맞춰 한은이 단순매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봤다. 3차 추경 발표 당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늘어나는 국고채 물량을 한은이 흡수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해 시장 기대감을 증폭시킨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기대감은 한은이 보유 중인 국고채 10-3(2010년 3번째 지표물)종목 만기가 도래한 10일에도 이어졌다. 한은이 1조3500억 원이라는 비교적 큰 규모를 보유하고 있어, 롤오버(Rollover) 차원에서라도 단순매입을 곧 실시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반면, 그 사이 한은은 “한은의 원칙과 기준이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처럼 시장 기대감이 큰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급증한 국고채 물량을 한은이 흡수해 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앞서 이 총재나 홍 부총리의 언급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미 1·2차 추경으로 올해 추가로 발행해야 하는 국채규모는 13조7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3차 추경까지 확정되면 23조8000억 원이 더 늘어난다. 그렇잖아도 연초 국고채 발행계획물량은 130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결국 당초 계획물량과 3차 추경물량까지 합하면, 올해 발행해야 하는 국고채 물량은 167조7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올해 발행비중 60%(60%±10%)를 감안할 경우 10년물 이상 장기물 발행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반면, 내심으로는 올해 각 하우스별로 늘어난 버짓(budget)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수익을 톡톡히 본 기관들이 올해 2~3배 많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버짓을 채우기 위해 과도한 베팅에 나설 수밖에 없고, 코로나19 이후 적극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에 편승해 같은 1bp(1bp=0.01%포인트) 금리 하락이더라도 수익은 더 높은 장기물로 투자를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은이 단순매입으로 장기물을 흡수해주지 않을 경우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 8일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453%를 기록해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던 지난달 28일 금리(1.343%)보다 11bp나 오르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그간 시장 분위기를 추수(追隨·뒤쫓다)하고, 정부 압력에 굴복해 정책결정을 펼쳤던 한은의 업보도 있다. “어차피 할 거면서 왜 이리 뜸 들이는지 모르겠다”는 다수의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볼멘소리도 그 저변엔 이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사실상 실효하한인 0.5%까지 내린 것을 비롯해, 사실상 한은이 할 수 있는 카드를 거의 다 꺼낸 상태다. 그나마 몇 안 되게 남은 카드인 국고채 단순매입을 아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금통위원은 “(단순매입 확대 시) 정부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시장의 과욕이 커 보인다. 다만 시장의 과욕만으로 끝날지, 또 한번 한은이 추수하는 사태로 끝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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