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 이전 회오리] ‘정치논리 희생양’ 되나…금융허브 동력 상실 우려

입력 2020-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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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소재 필요성 입증 관건…포퓰리즘發 금융경쟁력 약화 우려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혁신도시 성과평가’에 대한 용역보고서가 사실상 긍정적으로 평가됨에 따라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논의도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은 이번 혁신도시 시즌2의 공공기관 이전대상 기관 중 정치권에서 가장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관들이다. 이에 국책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지방 이전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 이전과 각종 포퓰리즘 정책 등 정치논리가 금융산업을 짓누르면서 경쟁력을 떨어 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다시 가시화됐다. 이 개정안에는 그간 지정되지 않은 대전시와 충남도 등을 혁신도시로 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담겼다. 추가로 혁신도시가 선정되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수도권에 있는 나머지 100여 개의 공공기관도 이전 대상으로 논의된다.

특히 조만간 공개될 혁신도시 평가 보고서가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 확실시되면서 이들의 이전 논의도 불붙을 전망이다. 해당 특별법에는 △중앙행정기관 △수도권을 관할구역으로 하는 기관 △수도권 안의 낙후지역과 폐기물 매립지에 소재한 기관 △공연·전시·도서·지역문화복지·의료시설 등 수도권 주민의 문화·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시설을 관리하는 기관 △그밖에 수도권 안에 소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기관 등을 이전 제외 대상 공공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국책은행이 이전 대상에서 제외되려면 ‘수도권’ 소재의 필요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실제로 산은과 수은, 기은은 자체 법률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문구가 존재하는 이상 강제로 국책은행을 지방 이전했을 경우 위법 소지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전 회기에서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김두관 의원은 산은, 수은, 기은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본점의 소재지를 규정한 문구를 삭제하고자 했다. 이 법안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 폐기됐지만, 이번 여당이 공공기관 이전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추가 시도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신용보증기금(대구), 한국자산관리공사(부산) 등 금융 공공기관들이 앞서 지방으로 이전했기에 형평성 차원에서도 국책은행만 수도권에 남겨둘 가능성도 적다. 오히려 금융기관을 한 곳으로 모아 효율성을 키우자는 논리가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을 둘러싸고 정치권 내부에서도 교통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국책은행을 먹거리로 규정하고 기관을 유치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전 국회에서도 산은과 수은은 부산과 전북으로 옮기려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김광수 전 의원(평화당)은 산은과 수은을 전북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김해영 전 의원(민주당)은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렇게 두 지역에서 해당 기관을 유치하려는 의도에는 수도권을 넘어선 ‘금융 중심지’를 선정하려는 논쟁도 포함돼 있다. 금융 중심지란 한국을 대표할 국제금융도시를 지칭하며 2008년 3월 시행된 ‘금융 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정되는 도시를 말한다. 현재 금융 중심지는 서울 여의도와 부산이 선정됐지만, 전북 전주도 제3 금융 중심지로 지정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부산은 금융 중심지로 선정돼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을 이전시켰다. 이 지역이 제2 금융 중심지를 표방하는 이상 산은과 수은의 이전 정당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전주도 금융 중심지 선정을 위해선 이들 기관의 이전을 요구하지 않을 리 없다.

‘금융의 효율’이라는 목적을 위해 만든 금융 중심지가 되레 지역별로 나뉘면서 분산해 버리는 비효율을 낳은 셈이다. 이런 지역별 논쟁 탓에 국책은행이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탓에 국책은행 측은 이렇게 분산해 기관을 이전시킬 바에는 차라리 서울 여의도 내에 있는 민간금융사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 인프라 집적 대신 지방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면 금융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의미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금융 중심지라는 게 효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심지 한 곳으로 모이는 건데 인위적으로 정치적 논리에 따라 2, 3곳으로 나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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