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전자 지분 매각 퇴로가 없다

입력 2018-09-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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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순환출자 해소라는 ‘정공법’을 선택한 삼성그룹이 또 고심하고 있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금산분리 때문이다. 정부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을 올해 안에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삼성은 난감해 한다. 뾰족한 해법이 없어서다. ‘물산→생명·보험(금융)→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금융사 보유 전자 지분 매각은 곧 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92%다.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다 팔면 오너 일가 및 특수 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9.78%에서 11%대로 떨어져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경영권 문제뿐 아니라 이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중 2%가량을 삼성물산(삼성전자 2대 주주, 지분율 4.65%)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현행법이 걸림돌이다. 보유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자산총액(46조 원)의 50%를 넘으면 지주사로 강제전환되는 공정거래법 규정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40조 원가량을 투입해 삼성전자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게다가 공정거래법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신규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요건이 10%p 상향돼(상장사 20%→30%, 비상장사 40%→50%)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에 77조 원까지 소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율 43.4%) 등 자회사 주식을 팔아 실탄을 확보하려고 해도 회사의 미래 먹거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16년 경재개혁연대 소장 시절 내놓은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분석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해법으로 제시한 중간금융지주사 설립도 현행법상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중간지주회사는 대기업 그룹이 금융계열사 지배구조를 더 수월하게 변경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혀왔지만, 중간지주회사 도입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금산분리 원칙과 위배된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고, 도입의 움직임도 아직까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데,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뻔히 알면서도 ‘삼성 특혜’ 여론을 의식해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고 퇴로를 열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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