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상화폐 시장에 필요한 ‘룰 브레이커’

입력 2018-04-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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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1부장

요즘 가상화폐 업계의 화두는 ICO(가상화폐공개)다. ICO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가상화폐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나눠 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ICO가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장내 유통시장’이라 한다면 ICO시장은 ‘장외 발행시장’이라 할 수 있는데, 한쪽 시장이 위축되면서 다른 시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가즈아’를 외쳤던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모든 계좌를 실명 전환하라”고 한 규제가 결정적이었다. 버블이 빠지면서 ‘존버(끝까지 버티기)’를 주장했던 이도 많이 사라졌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발행시장인 ICO로 몰려가는 것은 역시 ‘대박’이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상화폐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들은 ICO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안 그러면 해외 ICO가 늘어 국부가 유출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ICO를 규제하는 나라도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현 규제 메커니즘 속에서 ICO는 허용되기 힘들다. 가상화폐 규제는 나라마다 근거법이 다른데, 우선 미국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가상화폐 규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특금법‘에 기초한다. 주무 부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 불법자금 세탁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자금 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는 보고하라는 것이며, 의심되는 상황이 되면 검찰, 경찰, 국세청 등과 함께 조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의심 거래가 발생하면 최상위 공권력을 동원해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의 논리로 보면 ICO는 유사수신행위다. 여기서 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법당국까지 개입하게 된다. 법무부에서 다단계 사기라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런 법적인 논리에서다.

반면 미국은 ICO를 증권거래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 거래소’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플랫폼을 등록하라고 지시한 것은 증권거래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가상화폐를 일종의 유가증권으로 해석해 줬다는 뜻이다.

이런 법 근거에서 ICO는 정상적인 유가증권의 모집 행위가 된다. 따라서 증권거래법상의 절차만 따르면 문제가 없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가상화폐를 유사 유가증권이 아니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ICO가 법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굳이 ICO를 하려면 크라우딩 펀딩 방식을 권한다. 크라우딩 펀딩은 사업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말한다. ICO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크라우딩 펀딩은 가상화폐를 만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현재 가치가 반영되기 때문에 가상화폐처럼 무한대의 성장성이 가격에 반영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대로 가상화폐 시장은 끝나는 것일까. 기업과 시장에는 기존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룰 테이커(Rule taker)’만 있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프레임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룰 브레이커(breaker)’가 등장한다. 나아가 규율 자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 나가는 ‘룰 메이커(maker)’도 나온다.

가상화폐 시장의 룰 브레이커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금융이나 자본시장 플레이어보다는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를 실생활에 접목할 대형 IT기업에서 나올 수 있다.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 코인’ 발행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합친 독자적인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카카오 페이에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접목된다면 어떨까. 가상화폐 시장이 살아나려면 가상화폐를 실생활과 연결하는 ‘룰 브레이커’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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