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12·28 합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위안부 문제 해결 받아들일 수 없다”

입력 2018-01-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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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 “73년을 기다렸다…사죄만 받게 해달라” 울분 토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쾌유를 기원하는 동시에 한일 정부 간 '12·28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이 문제를 푸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쾌유를 기원하는 동시에 한일 정부 간 '12·28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이 문제를 푸는 데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낮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여덟 분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간담회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12·28 합의)가 위안부 할머니를 배제된 채 이뤄졌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위로하고 향후 정부 입장을 정하는데 피해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현관 입구에 서서 입장하시는 할머니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이했고, 개별 이동으로 늦게 도착하신 한 할머니를 15분 간 현관에서 선 채로 기다렸다가 함께 입장해 소탈한 행보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 이렇게 뵙게 돼 반갑고 기쁘다”며 “저희 어머니가 91세이신데 제가 대통령이 된 뒤로 잘 뵙지 못하고 있는데 오늘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이다”고 인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오히려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 못된 것이다”며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오늘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일본 정부와 재협상할 뜻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는 “내 나이 90에 청와대 근처에도 못 와봤는데 문 대통령께서 당선되고 벌써 두 번이나 청와대에 들어왔다”며 “12·28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에게 이 할머니는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로 애쓰시는데 부담 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며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며 “어린 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 게 말이 되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이옥선 할머니도 “우리의 소원은 사죄를 받는 것이다. 사죄를 못 받을까봐 매일 매일이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사죄를 받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13세에 평양에서 끌려가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길원옥 할머니는 인사말 대신 가요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고, 작년에 발매한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오찬이 끝난 후 김 여사는 할머니들께 일일이 목도리를 직접 매줬다. 할머니들께 선물로 드린 목도리는 아시아 빈곤여성들이 생산한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를 선정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할머니 한 분 한 분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편, 이에 앞서 ‘나눔의 집’에서 출발한 할머니들은 비서실에서 제공한 의전 차량을 이용해 청와대까지 경찰의 에스코트 아래 국빈 이동시와 같은 최고의 예우를 갖춰 모셔왔다. 특히 경호처는 교통편의뿐만 아니라, 건강상 불편사항에 대비해 엠블런스까지 차량 이동시 배차했고, 오찬행사 후 나눔의 집 복귀 시에도 같은 방법으로 모셔다 드렸다.

이날 오찬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여덟 분외에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공동대표, 정의기억재단 지은희 이사장,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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